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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나리봇짐
문화, 그리고 문화산업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습지처럼 생태계가 잘 만들어져야 한다고 믿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메일은 botzzim@gmail.com, 트윗주소는 @timshel02, 페이스북은 www.fb.com/botzzim, www.fb.com/localstorytel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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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개신교인들의 봉은사 테러(?) 동영상이 인터넷에 회자되면서 또다시 종교간 갈등이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언론에선 개신교계를 의식했는지 '일부 기독교인'이라고 표현하고 있고, 불교계에서도 배려의 차원인지는 몰라도 '일부 광신도'라고 지극히 제한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물론 언론이나 불교계가 앞장서서 '개신교 자체가 문제'라고 얘기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그것은 그야말로 선전포고나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하지만 이번에 일어난 일련의 사태는 개신교인 중에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이 벌인 돌출행동이 아닙니다. 지극히 본질적인 '교리'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동영상에 등장하는 분들이 그들이 속한 단체의 구체적인 지시를 받고 그런 짓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 분들이 속한 그 '찬양인도자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다분히 '불신 세상'에 대한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내용들로 점철되어 있었을 겁니다. "강남 한복판에 봉은사가 있어서 강남이 환락가로 변했다"는 망발도 그들이 생각해낸 것이 아니라 설교 등을 통해 들은 내용일 확률이 높습니다.

봉은사 땅밟기 동영상 캡쳐(출처 : s리장)

20여 년 전 일이 문득 떠오르네요. 저는 대학생일 때 기독교 신앙서클에 가입되어 있었습니다. 꽤나 독실했던 멤버였지요. 어느 날 월요일이었습니다. 써클룸에 찾아온 후배들이 매우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이전 주말에 친구 둘이서 관악산에 올랐다가 연주암에 들러 밥 한끼를 얻어 먹으며 소리내서 기도를 하고 왔다는 거였습니다(당시 연주암에서는 등산객을 위해 무료로 점심공양을 제공했더랬습니다). 그리고 그런 짓을 매우 자랑스러워 하며 동료들과 선배들에게 자랑을 했지요.

그때로부터 20년이 지난 오늘, 개신교는 달라진 게 거의 없습니다. 아니 독실한 장로 대통령을 배출하면서 더 공격적이고 더 배타적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개신교가 신봉하는 교리가 하나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는 교리가 치명적입니다. 아무리 선하게 살아도, 아무리 베풀며 살아도 예수를 모르면, 또 교회에 속하지 않으면 구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게 그 교리의 핵심입니다. 다시 말해 '지옥'에 간다는 거지요.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에는 이미 교회공동체의 폐해를 자각한 기독교인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일본의 우치무라 간조의 영향을 받아 조선에서 무교회주의를 전파했던 김교신과 함석헌이 그 주인공이었지요. 그들은 '성서조선'이라는 잡지를 통해 서양이 심어준 기독교가 아인 '조선식으로 토착화된 기독교'를 꿈꿨습니다. 그러나 기성교회는 그들의 시도를 애써 무시했습니다. '교회밖의 구원'을 주장한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분들의 사상틀은 함석헌과 다석 유영모 등을 거치며 끊임 없이 발전해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주류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김교신(1901~1945)

한편 천주교라 불리는 가톨릭은 1960년대에 있었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기존의 배타적인 교리를 분파된 기독교뿐만 아니라 타종교에게까지 포함하는 포용적인 교리로 바꾸는 데 성공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돌아 가시기 전 인터뷰에서 "교회 밖에서도 구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공의회가 만들어놓은 제도적인 기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장면

물론 개신교에서도 앞서 살핀 무교회주의를 비롯해 진보적이고 포용적인 분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주류 개신교는 미국의 남부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근본주의적인 분파들입니다. 일전에 911을 계기로 교회 마당에서 코란을 불태우겠다고 해서 전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던 그런 부류가 국내에서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난 참여정부 시절 개신교인들이 서울광장에 모여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들며 미국을 숭배하다시피 하는 것도, 815 광복 기념예배에 전쟁광 부시를 초대해 간증을 듣는 것도 이해 못할 맥락은 아닌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봉은사 사건은 소위 몰지각한 일부 기독교인들이 사과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보도에는 그들이 속했던 조직의 담당 목사가 전화로 사과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어물쩡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보다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처방이 필요합니다. 1960년대에 로마가톨릭이 배타적인 교리를 과감히 버렸듯이 21세기의 개신교도 자신들의 교리를 다시 손봐야 할 것입니다.

개신교의 지도자들은 이제 세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왜 아무 이해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이번 행동에 그토록 분노하고 있는지, 왜 사람들이 교회의 목소리를 외면하는지, 왜 갈수록 교회를 찾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드는지, 정말 처음부터, 본질부터 새롭게 고민해야 합니다. 그 반성을 통해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교리를 수정하지 않는 한 요즘과 같은 원시적인 종교갈등은 결코 해소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교리를 수정하는 일...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교리에 기대어 만들어진 이해관계가 워낙 튼튼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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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괴나리봇짐 괴나리봇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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