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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나리봇짐
문화, 그리고 문화산업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습지처럼 생태계가 잘 만들어져야 한다고 믿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메일은 botzzim@gmail.com, 트윗주소는 @timshel02, 페이스북은 www.fb.com/botzzim, www.fb.com/localstorytel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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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음식점 중 하나가 중국음식점일 겁니다.
워낙 많다보니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지요.

그런 프로 한두번 보면 덜컥 겁부터 납니다.
시커먼 자장에 뭘 섞었는지,
새빨간 짬뽕국물은 며칠이나 묵힌 건지,
꼬들꼬들 볶음밥을 말릴 때 파리가 몇마리나 지나쳤을지...

이런저런 걱정 때문에 저는 중국음식점 수준을 판단하기 위한
한가지 확고한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볶음밥'입니다.
이거 하나로 수준을 평가해왔는데, 지금까지 거의 실패한 경험이 없습니다.

아주 간단한 기준이구요, 여러분에게도 권해드리니 참고하세요.

1. 볶음밥에 자장을 곁들이지 않아야

요즘 중국집의 9할 이상이 볶음밥에 자장을 곁들여주는 것 같습니다. 바로 아래의 그림 같이요.


인생을 조금 살아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애초에 중국집 볶음밥에는 자장이 없었습니다.
제가 중학교를 다닌 1980년대까지만 해도
볶음밥에 자장을 얹어주는 경우는 눈을 씼고 봐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90년대 들어서면서 자장을 얹어주는 경우가 생기더니
최근에는 거의 모든 중국집이 자장을 곁들여줍니다.

과거에는 메뉴에 '짬뽕밥'과 함께 '자장밥'이 항상 있었습니다만,
볶음밥 자체가 이렇게 바뀌면서 '자장밥'이란 메뉴가 의미가 없어졌죠.
그래서 요즘 중국집에는 자장밥이란 메뉴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볶음밥에 자장을 얹을 때 문제가 뭐냐면, '대충 만들어도 된다'는 겁니다.
자장의 맛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볶음밥의 맛을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진 거죠.
과거에 제가 즐겼던 볶음밥은 그 자체로 맛이 있었습니다.
소금간을 한 것도 이유이겠지만, 맛을 내기 위해 재료가 제법 많이 들어갔더랬죠.

그런데 요즘 볶음밥은 통 맛이 안 느껴집니다. 자장 없이 밥만 한번 드셔보세요.
맛을 내기 위해 재료를 쓰는 게 아니라 색깔을 내기 위해 재료를 쓰는 걸로 바뀐 거죠.
그러니 꼼꼼히 들여다보면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볶음밥에 기울이는 정성이 이 정도이니, 다른 음식도 마찬가지 수준이 되는 겁니다.
양념을 잔뜩 써서 달고, 맵고는 되는데, 깊이 있는 맛이 없는 거죠.
반대로 짜장 없이 볶음밥만 조리하는 곳을 가보면
다른 메뉴도 정갈하고 깊이 있게 조리하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2. 계란국이냐, 짬뽕국물이냐?

다음 두번째 기준은 바로 볶음밥과 함께 나오는 국물입니다.
짬뽕국물을 내놓는 곳은 그저 그런 곳이구요, 계란국을 내놓는 곳은 믿을 만한 곳입니다.
특히 계란국을 즉석해서 끓여내는 곳이 진국이지요.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볶음밥에 자장을 곁들이지 않는 곳 대부분이 계란국을 내놓는다는 겁니다.

색깔만 봐도 아시겠지만, 계란국은 오랫동안 묵혀둘 수가 없습니다.
이물질이 들어가도 바로 눈에 띄구요, 맛으로도 식별이 가능하지요.

그러나 짬뽕국물은 어떤가요?
시뻘겋게 탁한 국물에 기름이 돋동,
며칠이 지난 국물인지 눈으로나 맛으로나 구분하기가 정말 어렵지 않습니까?


제가 자주 가는 마트가 있습니다.
그곳 중국음식점을 제가 무척 아끼고 즐겼는데요,
그 집을 제가 무척이나 아끼고 즐겼는데요,
그 이유가 바로 볶음밥에 자장이 없고, 계란국을 끓여내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주인이 바뀌었는지
짬뽕국물에 짜장까지 곁들여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저는 이곳 볶음밥이 자장도 안 곁들이고, 계란국을 내줘서 좋았는데, 주인이 바뀌었나 보죠?"
"네 이번주부터 저희가 인수해서 합니다. 근데 손님, 본래 볶음밥엔 자장과 짬뽕국물이 기본이에요."

좀 어이가 없더군요. 소위 중국집 주방장이란 양반이 본래 자장과 짬뽕국물이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아무튼 그 이후로는 그 집 가는 일이 많이 줄었답니다.

여러분도 참고하셔서 중국음식을 맛깔 나게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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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괴나리봇짐 괴나리봇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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