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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나리봇짐
문화, 그리고 문화산업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습지처럼 생태계가 잘 만들어져야 한다고 믿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메일은 botzzim@gmail.com, 트윗주소는 @timshel02, 페이스북은 www.fb.com/botzzim, www.fb.com/localstorytel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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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2 11:16 소리바다이야기
어제 '북포럼-저자와의 만남'이라는 프로그램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주제는 제가 쓴 책인 '소리바다는 왜?'입니다. 저는 처음 듣는 프로그램이었는데, IT업계에서는 꽤 많이 알려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일종의 인터넷 방송이구요, 전자신문사의 UTV(http://utv.etnews.co.k r)를 통해 송출된다고 합니다. 


벌써 3년이나 된 프로그램이고, 그 동안 150여명이 넘는 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형식은 토크쇼입니다. 사회와 대담은 와이즈파트너의 대표이신 고우성님이십니다. 이번 기회로 처음 알게 된 분인데요, 20년 가까이 IT업종에서 잔뼈가 굵었고, 현재는 지식방송이라는 툴을 가지고 '지식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계시다고 합니다.


그런데 겁나게도 '생방송'이라고 하네요. 방영은 다음주 수요일인 27일 오후 7시부터 한 시간 동안 진행됩니다. 시청은 전자신문사의 UTV 사이트에 가셔서 전용플레이어를 설치하면 됩니다. 아참.. 그리고 실제 스튜디오에도 참여하실 수 있다고 하네요. 장소는 강남구 신사동입니다. 약도는 아래와 같구요. 뒷풀이도 있을 수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날 참여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어쩌죠? 제가 '말'에는 젬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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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괴나리봇짐 괴나리봇짐
2010.10.15 16:40 소리바다이야기
오늘 웹서핑을 하다가 깜놀했습니다. 인터넷뉴스의 막강 파워인 오마이뉴스 톱에 저의 책 리뷰가 올라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국구 서평블로거이시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신 마산YMCA의 이윤기 선생님이 평을 해주셨는데요, 제목은 "아이폰에 밀린 이유, 소리바다 '추락'에 있다"로 되어 있네요. 이 자리를 빌어 꼼꼼하게 리뷰해주신 이윤기 선생님과 톱으로 기사를 뽑아주신 오마이뉴스 편집진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조금은 재밌는 뒷얘기가 하나 있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책의 근간은 제 블로그에 연재된 '소리바다 이야기'입니다. 총 12번 연재를 했는데, 그 내용이 책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연재물은 애초에 오마이뉴스에도 동시에 연재하려고 했더랍니다. 좀 더 많은 분들이 같이 고민했으면 했고, 또 잘 되면 짭짤한 수입(원고료)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그게 생각대로 잘 되지가 않았답니다. 내용인즉슨 이렇습니다.

지난 해 11월 27일. 이 날은 소리바다의 양정환 사장과의 인터뷰를 모두 마치고 첫 연재를 시작하는 머리말을 쓴 날이었습니다. 그때 타이틀이 '2010년 디지털세상, 소리바다에서 길을 묻다.'였습니다. 바로 그 달에 아이폰이 출시됐고, 2010년에는 디지털 시장 전체가 요동칠 것이 뻔히 보였기 때문에 소리바다의 사례를 면밀하게 짚어봄으로써 예전의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첫 글이라 작은 분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오래 걸렸던 걸로 기억납니다. 일단은 제 블로그에 먼저 글을 쓴 뒤 오마이뉴스 기자 페이지로 들어가 입력을 마치고 언제 '잉걸'(심의를 마친 기사로 편집 전단계의 DB상태로 있는 기사)로 올라가나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느닺없이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실이었습니다.

"김태훈 시민기자님이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직접 전화까지 해주시다니. 전 살짝 흥분이 됐습니다. 무슨 제안을 해주시려고 직접 전화를 걸어주셨나 했습니다. 그런데 내용은 전혀 다른 방향이었습니다.

"혹시 소리바다에 근무하시나요?"
"아니오. 예전에 잠시 근무했던 적은 있습니다."

제 개인 정보에 근무처가 소리바다로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소리바다에는 8개월 정도 있었는데, 그때 개인정보를 업데이트하고 난 뒤 2년 가까이 잊어먹고 있었던 겁니다. 이 사실을 확인한 편집자는 난색을 표했습니다.

"특정 기업에 소속됐던 분이 특정 기업에 대해 연재를 한다는 건 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그곳에서 나온지 1년이 넘었는데도 그게 문제가 되나요?"

"그래도 특정 기업에 대해서 쓰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돼보입니다."
"........."

그렇게 정리가 됐습니다. 기왕이면 책으로 묶어내기 전에 더 많은 분들과 한 번 토론도 해보고 고민도 공유하고 싶어서 오마이뉴스의 문을 두드렸던 건데, 뜻을 이루지를 못했던 거죠. 이후에 개인정보를 바꾼 뒤에 한 번도 슬쩍(?) 기사를 올려봤는데, 역시 '생나무'를 넘어서질 못했습니다.

제가 오마이뉴스에 올린 기사목록 중 일부입니다.

제가 오마이뉴스에 처음 기사를 쓴 건 2004년 7월이었습니다. 당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었는데, 첫 기사는 캐릭터쇼 현장에 가서 탈바가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대학생 알바들을 취재한 것이었습니다. 그 기사로 7천명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고, 소액이나마 원고료라는 것도 책정 받았지요. 그 뒤로 띄엄띄엄 기사를 쓰다가 2005년 5월을 마지막으로 기사쓰기를 관두게 됩니다. 아무래도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이 기사를 쓴다는 게 너무 한계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려 4년이 지난 2009년 11월말에야 다시 기사를 올린 것입니다. 그것도 개인정보에 소개된 직장과 같은 직장의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으니 편집자 입장에선 당연히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표준말로 표현하면 '의뭉'스러웠을 거고, 경상도 표준말로 표현하면 '꼬롬하게' 보였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제 연재계획은 오마이에서 결국 퇴짜를 맞았고 제 블로그에서만 연재하게 됐답니다. 

이처럼 조금은 부끄러운 에피소드는 '있을 때 잘'하지 못하고, '필요할 때만 이용'해먹으려는 저의 얄팍한 의도 때문에 빚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당시 오마이뉴스 편집진을 탓할 생각 또한 추호도 없습니다. 그 분들이 제게 보였던 태도는 충분히 당연한 것이었고, 제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그렇게 응대했을 확률이 높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오마이뉴스 연재는 퇴짜를 맞았지만, 연재는 제 블로그에서 꾸준하게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훌륭한 출판사도 만나게 되어 이번에 마침내 책으로 엮이게 됐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제겐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욕심을 좀 더 내 한 가지만 더 행운을 바란다면, 책도 좀 많이 팔렸으면 하는 겁니다.^^

소리바다는왜대한민국IT는왜세계적인스타를만들지못하는가
카테고리 경제/경영 > 경영일반 > 국내경영이야기
지은이 김태훈 (현실문화,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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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판매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만, 여러모로 도와주신 여러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다시 한 번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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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괴나리봇짐 괴나리봇짐
2010.10.11 16:57 소리바다이야기
저의 첫 책 <소리바다는 왜?>가 출간된지 4주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출판사의 홍보가 시작된지는 2주째로 접어들구요. 그 동안 여러 기자님들이 제 책을 다뤄주셨습니다. 한국경제는 특별히 박스기사로 처리해주셨고, IT전문지인 디지털타임즈와 전자신문도 제법 관심을 갖고 기사를 써주셨으며, 제 고향지인 경남도민일보에서는 '지역민이 낸 책'으로 제 책을 소개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짧은 리뷰로는 중앙일보 선데이매거진과 쿠키뉴스 정도에서 다뤄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 가지고는 크게 이슈가 되지 못했나 봅니다. 고작 1주일이 지났을 뿐이었지만, 출판사 담당자께서 기대만큼 판매가 되지 않아 속을 많이 안타까워 하셨거든요. 아무래도 기자분들께 '소리바다'라는 주제는 좀 불편하기도 하고 좀 식상하기도 한 주제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분위기는 일반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에는 앞선 기사들보다는 좀 더 의미 있는 리뷰기사 두 건이 게재됐습니다. 하나는 경향신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프레시안이었습니다.


경향신문에는 10월 9일자(토) 14면에 '책으로 읽는 경제'라는 타이틀의 박스 기사로 실려습니다. 서의동 기자가 쓴 글인데요, 앞선 리뷰와는 달리 보도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책을 읽고 소화한 내용으로 글을 써주셨습니다. 그리고 프레시안에는 같은 날 메인 화면 하단부에 '소리바다를 죽인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으로 김봉규 기자가 상당히 긴 리뷰를 써주셨습니다. 특히 김기자는 스스로가 '다운족'이었음을 고백하면서 나름의 심도 깊은 분석과 해설을 곁들여주셨습니다.


그런데 이날 저녁에 출판사 담당팀장이 제게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전화가 왔습니다. 내용인즉슨 '책이 네이버 메인이 떴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프레시안의 기사가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토요일 저녁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네이버 메인 노출이 어디냐 싶어 저도 부리나케 접속해 스크랩을 해뒀습니다. 아래가 바로 인증샷 되겠습니다.


그런데 마음 한 켠으론 좀 찜찜합니다. 책 뒷 부분에 저는 네이버를 제법 강한 어조로 비판을 했기 때문입니다.리나라에서 IT 신인들이 등장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 네이버가 검색시장을 장악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서비스사업에 직접 뛰어듦으로써 새로운 신진 서비스사업자가 등장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책의 내용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네이버 노출'이라니... 이 아니 역설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망사업자(유선이든 무선이든)가 콘텐츠나 구체적인 서비스사업에 뛰어드는 것에 반대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내용도 책 안에 있습니다.

아무튼 네이버 메인이 걸린 후인 이번 주 책의 향방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집니다. 혹시나 의미 있는 결과들이 나오면 다음주에 내용을 정리해 다시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후기)
책 홍보는 오프라인에서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종로 교보문고 매장에서 제 책이 '경제경영' 분야 '눈에 띄는 신간' 파트에 올라 진열됐습니다. 물론 책 내용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출판사 마케팅 팀장님의 발품으로 이뤄낸 성과입니다.^^ 혹시 우리나라 IT 및 콘텐츠산업에 대해 관심 있으신 분들은 많이들 (사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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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괴나리봇짐 괴나리봇짐
2010.10.01 09:43 소리바다이야기
저의 첫번째 책인 <소리바다는 왜?>가 출간된지 정확하게 보름되는(오프라인매장 기준으론 열하루) 어제, 알라딘에 '중고상품'이 뜬 걸 확인하게 됐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인터넷서점에서 중고상품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됐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출판사 입장에선 썩 반갑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소비자 입장에선 상당히 괜찮은 제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릴 때 헌책방을 뒤지다 우연히 발견한 양서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을 때 느꼈던 뿌듯함을 인터넷공간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출간한지 보름밖에 안 된 책이 벌써 중고상품으로 나오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한 게 이번 주 월요일이고 한두줄 기사로나마 홍보되기 시작한게 어제 저녁인데, 기사가 뜨자마자 인터넷에선 이미 중고상품이 돌아다니고 있다? 이거 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하네요.

하지만 부정적으로 생각지는 않으렵니다. 중고상품으로 내놓은 분들은 이 책이 대중들에게 홍보되기 전에 한 발 먼저 구매했다는 점(구매한 걸로 믿어도 되겠죠?^^), 그리고 이 책은 책장에 꽂아두고 길이길이 보관하기보다는 두루두루 읽히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점 때문에 중고상품으로라도 여러분들의 손에 쥐어지는 게 훨씬 나으니까요. 

알라딘에 게시된 중고상품입니다. 판매자인 세레스님은 이 분야(중고책)의 파워딜러라고 하네요.^^

인터파크의 중고상품입니다. 알라딘보다 더 싸게 책정돼 있죠?

그리고 추가로 제 책에 대한 첫 후기를 달아주신 분이 등장했습니다. 인터파크에 올라와 있구요, 지난 27일에 기록을 남겨주셨네요. 아이디를 봐서는 성함이 '이동수'씨로 추정됩니다. 후기 내용은 "최 일선에서 실제 업무를 담당했던 저자의 구체적이고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어 이 분야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본다"고 적혀 있습니다.

어떤 분이신지 모르겠지만 첫번째 후기를 써주신 이동수씨께 저자로서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혹시 연락주시면 밥이라도 한끼 쏘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인터파크에 올라와 있는 구매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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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괴나리봇짐 괴나리봇짐
2010.09.14 12:28 소리바다이야기
오늘 자로 제 소박한 꿈 하나가 이뤄졌네요. 그 꿈은 제 이름을 단 책 한 권 내는 것인데, 드디어 오늘 서점에 깔리기 시작했습니다(오늘 트럭으로 배송된다고 하니 실제 깔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죠? 그리고 아직까지 인터넷서점에는 눈에 띄지 않네요^^). 출판은 현실문화연구에서 해주셨고, 제목은 <소리바다는 왜?>로 잡혔습니다. 부제는 '대한민국 IT는 왜 세계적인 스타를 만들지 못하는가'이구요, 띠지 홍보문구는 '대한민국에서 공정한 게임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요즘 하도 '공정한 사회'가 이슈가 되다보니 출판사에서도 이를 활용한 것 같습니다.

제 블로그를 익히 방문해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책 내용은 제가 블로그에 연재했던 '소리바다 이야기'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편집 과정에서 어투와 일부 내용을 수정했고, 생짜로 첨가한 부분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인터넷 연재 그대로를 출판물로 내는 건 독자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추가로 공을 좀 들였습니다. 그리고 고맙게도 추천사를 한국경제신문의 IT전문기자이자 파워블로거이신 '광파리'님께서 써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이 책을 꼭 쓰고 싶었던 것은 '마침 역사의 현장에 서 있었던 요행' 때문이었습니다. 문화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음악산업팀장으로 있을 때, 본의 아니게 저는 우리나라 디지털음악시장의 결정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됐고, 그 장면을 둘러싼 역학관계가 정말 어처구니 없게 왜곡돼 있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그 장면 하나로 저는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산업계를 바라보기 시작했고, 그 결과를 이렇게 책으로 묶은 것입니다.


다행히 지난해 말 우리나라에 아이폰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IT대중들은 비로소 객관적인 사실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0년간 뭔가에 단단히 홀려 있었구나, 대기업과 정부가 공조해서 만든 매트릭스에 에누리 없이 갇혀 있었구나, 뭐 이런 걸 느끼게 된 것이죠. 저는 그 매트릭스의 참상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시금석이 바로 소리바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저의 이런 시각에 동의해주셨고, 그 덕분에 책이라는 형태로 세상에 나오게 됐네요.

이 책은 저의 첫 작품입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좀 서툰 구석들이 아직도 눈에 띕니다. 제가 좀 더 이 분야에 해박했더라면, 좀 더 많은 실증적 자료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 또한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을 목격한 증인'으로서 하나의 기록을 남기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완성도에 대한 욕심은 좀 접어두기로 했습니다(사실 좀 지치기도 했구요^^).

사실 대중적인 주제가 아니기에 몇 분이나 이 책을 보실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우리나라 IT와 디지털콘텐츠산업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께 생각의 좌표를 잡아가시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은 가지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로 제가 책 플롤로그에 썼던 글 일부를 여기에 옮겨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장면'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소개해드리는 차원에서요.

프롤로그: 불법 서비스(?), 소리바다를 찾아가다

사실 나는 소리바다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이었다. 2000년대 초반 잠시 소리바다를 사용한 적은 있지만, 각종 소송에 휩싸이고, 두어 차례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자연스럽게 발길을 끊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기관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현재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을 직장으로 삼으면서 저작권을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과 그 주변에 있는 소위 메이저 기업들의 주장에 익숙해져 있었고, 그래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서비스하는 소리바다는 당연히 불법 서비스라고 단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2007년 2월, 나는 콘텐츠진흥원의 음악산업팀장이 됐다. 음악산업에 대해 뭘 잘 알아서가 아니라, 결원 때문에 인사이동을 하게 되면서 우연찮게 그 자리가 내게 온 것이었다. 그리고 음악산업팀을 맡은 지 겨우 석 달째가 된 2007년 5월 어느 날, 원장실로부터 호출이 왔다.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로부터 심의 요청이 왔는데, 그 내용을 먼저 검토해보라는 지시였다(당시 콘텐츠진흥원장은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의 분과위원회 중 음악 부문을 담당하던 심의1분과의 위원장직을 겸임하고 있었다. 참고로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는 2007년 6월 저작권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한 뒤 2009년 7월에 컴퓨터프로그램위원회와 통합하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로 다시 이름을 바꾼다. 이책에서는 혼돈을 줄이기 위해 ‘저작권위원회’로 부르기로 한다.)

#P2P, 불법 아니었어?

심의안으로 올라온 것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와 한국음원제작자협회(음제협)가 신청한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으로, 핵심 내용은 ‘P2P 음악서비스’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자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제도권 안에서는 ‘P2P=불법 다운로드’라는 공식이 공공연하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처음 그 내용을 확인했을 때 꽤 신선하다는 느낌을 먼저 받았다.

심의안에는 저작권위원회 소속 전문위원이 평가한 의견이 기록돼 있었다. 두 단체가 ‘P2P서비스’와 관련해 제출한 징수규정 개정안은 저작권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저작권신탁단체와 P2P 업체가 당사자 간에 합의를 했고, 기존에 허락된 다른 음악서비스와의 형평성을 따져 봐도 하등 문제될 게 없었기 때문이다(P2P서비스의 징수율은 다른 서비스에 비해 다소 높게 책정돼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6월 5일에 이 심의안이 공식적으로 저작권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런데 이 소식이 음악업계에 알려지면서 순식간에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당장 업계 대표라 할 수 있는 신원수 SK텔레콤 상무(지금은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다)와 방극균 예전미디어 대표(현재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가 원장실로 찾아왔다.

두 분의 주장은 “이번 징수규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음악시장 전체가 망한다”는 거였다. 특히 그동안 불법을 자행했던 소리바다가 특혜를 받고, 대신 법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기 때문에 음악시장 전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었다.

부임 3개월의 햇병아리 팀장이었던 나는 그 자리에서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겁이 덜컥 났다. 원문을 검토할 당시에 이 같은 파급효과를 미리 예측하지 못하고 ‘별 문제 없다’는 내용으로 보고를 했으니, 굳이 따지자면 실무자로서 내 책임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실수로 음악산업계 전체가 궤멸하는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닌지, 내가 충분히 검토하지 않아 책임자인 원장이 곤경에 빠지는 건 아닌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당시 디지털음악산업발전협의회(디발협, 방극균 대표가 회장직을 맡고 있는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의 전신)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메이저 음악업계의 로비는 광범위하고도 집요했다. 진흥원뿐만 아니라 저작권위원회, 문화관광부 등의 관계 기관을 일일이 찾아다녔을 뿐만 아니라, 언론을 통해서도 위기론을 광범위하게 퍼트리기도 했다.

그 결과 저작권위원회는 보름 뒤에 추가 심의를 결의하게 된다. 반대 의견이 워낙 강하니 의견을 추가로 청취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콘텐츠진흥원은 이와 병행하여 심의안 통과가 음악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키로 했다. 상황적 특수성 때문에 연구는 ‘대외비’로 하기로 했고, 연구 책임은 음악산업팀을 맡고 있던 나였다.

추가 심의 기간은 3개월로 정해졌다. 연구용역을 하기에 넉넉한 시간은 아니었다. 나는 신원수 SK텔레콤 상무에게 전화를 걸어 연구자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했고, D대 경제학부에 적을 둔 두 분의 교수를 추천받았다. 이 사실을 봐서 알 수 있지만, 이 연구는 처음부터 중립적이지가 못했다. 반칙이었다. 징수규정 개정안에 반대하는 쪽에서 학자를 추천받았으니, 결론을 만들어놓고 시작한 것이었다. 그때 프로젝트 책임을 맡았던 나 또한 징수규정 개정안에 반대하는 분들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앞서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고픈 마음이 앞섰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연구가 시작되고 나서 나 자신이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연구자들과 토론하던 중 다음과 같은 명제를 접하게 되면서부터였다. ‘경제학에서 선(善)은 사업자 간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효용이 증가하는 것.’ 이 명제는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정책을 수립할 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국민 입장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향유할 수 있게 한다면, 그것은 좋은 정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이 관점을 통해 징수규정 개정안을 다시 바라보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논의의 핵심은 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음악시장(업계)이 망하느냐 망하지 않느냐’가 아니라 ‘음악 소비자의 편익이 증가하느냐 감소하느냐’에 초점을 맞추어야 했다. 사업자는 어차피 자기의 비즈니스 모델로 경쟁하게 되어 있는 것이고, 그 경쟁이 불공정하다거나 불법적이지만 않다면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결과는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 개정안에 반대했던 사람들이 망할지도 모른다고 언급한 ‘음악시장’은 엄밀히 따져서 ‘그들이 적(籍)을 두고 있는 음악업계’였다. 개정안이 그들 업계에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였던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메이저 음악업계가 타격을 입을 수는 있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음악시장이 망한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왜냐하면 소비자는 품질도 좋으면서 더 값싼 음악시장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니까.

이처럼 ‘불온한 의도’에서 시작된 연구용역은 나의 관점을 오히려 중립적으로 만들어주는 계기가 됐다. 그해 6월 어느 날 나는 조그마한 결심을 했다. 소리바다 쪽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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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괴나리봇짐 괴나리봇짐
2010.04.06 08:00 소리바다이야기
[소리바다이야기⑬] 소리바다는 다시 전진한다.

디지털 음악시장의 미래를 논하기 전에 조금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우리나라 음악시장(음반시장)은 조성모가 CD를 300만장 팔았던 2000년에 정점을 찍었다가 2001년부터 조금씩 하락세를 보여 지금은 30만장만 팔아도 대박이라고 쳐주는 세상이 됐다. 반토막도 모자라 4분의 1토막이 났다. 당연히 CD판매가 매출의 대부분이었던 음반사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바로 이러한 음반시장의 변곡점에 등장한 것이 '소리바다'였다. 2000년 후반부터 인터넷을 사용하는 거의 모든 국민들이 소리바다에 몰두했고, 자기가 원하는 음악파일을 찾기 위해 숱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소리바다가 등장한 이후부터 음반이 안 팔리기 시작했다. 음반사들이 소리바다를 곱게 볼 이유가 없었다. 그들이 보기에는 소리바다 때문에 음반시장이 망하고 있었다. 제거해야 할 대상이 된 것이다.

소리바다와 음반시장의 위축은 어떤 관계?
그렇다면 정말 소리바다 때문에 음반시장이 위축된 것일까? 양대표의 생각은 이랬다.

"명확한 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굉장히 많은 자료를 찾아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당시 P2P를 쓰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들의 CD 구매량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많다는 통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음반사들은 그들을 고객이 아닌 도둑놈으로 생각했습니다."

양대표는 당시 음반사들이 논점을 잘 못 선택했다고 말했다. P2P 이용자들을 도둑으로 몰면서 결과적으로 음악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소비자와 적이 됐다는 것이다.

"기업이 자기 고객을 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소비자들도 감정적으로 반발했습니다. 악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거죠. 가수들이 TV나 언론에 나와서 불법 다운로드 때문에 배고프다, 망한다고 캠페인을 벌이면, 소비자들은 잘 먹고 잘 살면서 뭐가 배고프냐며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일쑤였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P2P가 음악시장에 피해를 입혔는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은 애당초 불가능했습니다."

양대표는 P2P의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했다. 바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음악산업 관계자들은 이 공동체를 활용하기보다는 없애려고만 했다. 당장 음반시장의 매출을 좀 먹는 진원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는 P2P 자체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엄청나게 모아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었으니까요. 그런데 그걸 너무 오래 방치해뒀습니다. 이미 모여 있는 사람들을 마케팅적으로 활용하는 대신 적으로 간주해 공격하면서 P2P 공동체가 긍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죠."

"P2P는 소리바다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서비스들이 나와 있었습니다.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기술적 발전단계였던 겁니다. 그런데 음반사들은 그 기술을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넷과 디지털 환경이 바꿔놓을 음악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던 거죠. 그 결과는 급속하게 위축되는 음반시장의 현실을 넋 놓고 바라보는 것 뿐이었습니다."

음반시장의
변곡점
변곡점, 시간은 있었다.
양대표의 말을 달리 표현하면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CD로 대표되는 음반시장의 위축은 필연적이었다. 변화가 숙명이었다면 음악업계의 대응전략은 '배척'이 아니라 '적응'이어야 했다. 그리고 당시 음악업계에게는 적지 않은 시간이 주어져 있었다.

"사실 P2P 초기에는 CD구매 패턴에 큰 영향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P2P 때문에 롱테일 시장, 즉 히트곡을 제외한 다양한 음반이 더 판매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고, MP3플레이어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CD 없이 MP3만 있어도 음악을 즐기는 데 전혀 문제 없겠다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변화가 2002년에서 2003년 사이에 본격적으로 일어났습니다. 그러니까 소리바다가 등장하고나서도 2~3년의 시간이 있었던 겁니다."

그러나 음반사들은 그 시간을 대부분 소리바다와 분쟁을 벌이는 데 소비한다.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소비자들의 귀는 이미 CD 음질과 별 차이가 없는 MP3 음질에 익숙해져 있었고, CD플레이어보다 훨씬 휴대하기 편하고 한 번에 수백곡 이상을 들을 수 있는 MP3플레이어를 손에 쥐고 있었다. 하지만 음반사들은 그렇게 바뀐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이다.

"처음 나온 MP3플레이어 모델이 1999년의 '엠피멘'이었고, MP3플레이어가 사회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은 것이 2003년 남짓이었습니다. 음악시장의 대세가 그때 MP3로 바뀐 것이죠.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MP3 음악파일을 구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서비스가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데 관련 상품은 팔지 않고, 또 한편으로는 다운로드는 받지말라고 캠페인을 했으니, 어떻게 될까요? 소비자들은 알아서 그 공백을 채웠습니다. 소위 합법적인 곳에서 찾을 수 없다면 당연히 어둠의 경로라도 택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드웨어와 유기적으로
발전해온
발전해온 음악시장
전체 음악 역사에서 음원을 특정한 매체에 복제해서 판매하는 '음반시장'의 역사는 실제로 얼마 되지 않는다.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한 것이 1877년이었고, 실제로 음반이 대량으로 생산되어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1897년 그라모폰사가 런던에 설립됐을 때였으니, 11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음반의 역사는 크게 SP, LP, MD, CD 순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SP(Standard Playing Record)는 1887년에 처음 만들어져 1940년대 후반까지 약 50년간 음반시장의 주인노릇을 했고, LP(Long Playing Record)는 1948년부터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해 1980년대까지 이른바 '전축시대'를 이끌었다. 그리고 이 전축 시기에 카세트테이프가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LP가 전축과 연동돼 고급음향을 지향했다면, 카세트테이프는 일종의 '보급형' 음반시장을 형성했다. 특히 카세트테이프는 1970년대말 소니 워크맨과 만나면서  '모바일 음악시장'을 열었다.

그런데 음악시장의 지형도를 본질적으로 바꿔놓은 매체는 1982년에 등장한 CD(Compact Disc)였다. CD는 음반시장에 처음으로 '디지털'이란 개념을 도입한 매체였고, 그 덕분에 '잡음 없는 음질'과 '작은 부피', 그리고 '휴대의 편의성' 등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었다. CD는 전축이라는 고가의 하드웨어 없이는 불가능했던 고급음향 시장을 대중화시키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고, 아울러 워크맨으로 대변됐던 모바일 음악시장도 휴대용 CD플레이어가 보급되면서 빠르게 잠식해 들어갔다.

그 결과는 음반시장의 무한팽창이었다. 소위 말하는 세계 4대 음반사라는 것도 바로 CD 시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이와 관련해 스티브 고든의 책 <음악산업의 미래>의 일부를 인용해보자.

80년대 중반에 다국적 기업들이 독립레코드사들을 집어삼키면서 돈을 찍어내는 거대 공룡으로 탈바꿈했다. 음반 사업은 매우 매력적이었다. 록앤롤이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해 많은 밴드가 수백만장의 음반을 팔았고, 마이클잭슨 같은 슈퍼스타는 무려 수천만장을 팔았다.

당시 앨범 하나를 만드는데 100만 달러 정도가 들고, 마케팅과 프로모션에 2~300만 달러가 더 들었다. 그러나 도매에서 레코드 한 장이 7달러 정도로 판매되는데, 성공한 앨범의 경우 그 수익이 엄청났다. CBS 레코드사의 사장이었던 월터 예츠니코프에 따르면, 1960년대 초반 그가 CBS 레코드에 입사했을 당시 가장 인기 있는 가수 미치 밀러와 제리 베일의 총 판매액은 2억 5,000만 달러였다. 그러나 80년대 말에 퇴직할 당시의 판매액은 25억 달러를 넘어섰다. 수백 개의 독립적인 회사들이 경쟁하던 음반업계가 5개의 다국적 기업에 흡수된 것도 놀랄 일이 아니었다. 회계사들은 음반 시장에 돈이 쏠리는 것을 보았고 거기에서 수익을 거머쥐려고 몰려들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진 지금은 주요 레코드사인 EMI와 유니버설 뮤직을 소유한 다국적 기업들이 레코드 사업단을 합병하거나 매각할 생각을 하고 있다. 소니와 BMG는 이미 합병을 했으며 많은 직원들과 아티스트들을 해고했다. 타임워너는 2003년에 워너뮤직을 매각했다. 이처럼 다국적 기업들이 모두 시장을 떠나기 때문에 앞으로 음반 회사들이 다시 소규모의 독립 회사들로 바뀌는 세상이 올 가능성도 있다.

국내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국처럼 다국적기업의 자본이 들어와 시장을 평정한 것은 아니지만, 음반업계 종사자들은 CD 덕분에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1990년대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100만장 음반이 심심찮게 나왔고, 많을 때는 300만장을 넘기는 음반판매 기록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CD시장이 대중화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CD 시대는
특수하고
특수하고 예외적인 상황
그러나 고든의 말처럼 '상황이 달라졌다'. CD시장의 신화는 20년을 채우지 못하고 지금 막을 내리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음악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좋았던 시절이라고 생각하는 1990년대는 CD라는 매체가 만들어낸 '특수하고 예외적인 상황'이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때만큼 음반업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음악시장은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CD라는 매체는 스스로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이전 음반매체와 달리 '디지털신호'로 음원을 재생하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이 특징 때문에 음질도 뛰어났고, 부피도 줄일 수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인터넷 시대와 맞물리면서 너무 쉽게 MP3 파일로 압축될 수 있었다. CD를 컴퓨터에 집어넣고 간단한 소프트웨어를 돌리면 순식간에 MP3 파일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음반비즈니스에 함몰돼 있었던 음악업자들은 바로 이 점을 간과했고, 그 결과 타이밍을 놓쳤던 것이다.

"음악시장에 제대로 성장하려면 하드웨어인 재생기계와 음원을 재생할 수 있는 매체가 시기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과거 LP시대 때는 중산층의 상징물처럼 여겨졌던 '전축'이 팔려나가기 시작하면서 LP 시장도 형성되지 않았습니까? 카세트테이프 시장도 마찬가집니다. 워크맨이 앞서가는 문화의 상징이 되면서 덩달아 카세트테이프 시장도 성장했습니다. CD는 더 말할 필요도 없구요. 그런데 MP3는 어떻습니까? MP3플레이어가 나오고 4~5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유료서비스모델이 등장했습니다. 4~5년이란 긴 시간 동안 엇박자를 낸 것이죠. LP, 카세트테이프, CD 시대에는 능동적으로 환경변화에 적응했던 음반사들이 MP3 시대에는 적응하기보다는 공격을 선택했습니다."

음반사들이 적응보다 공격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도 아직까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해외 메이저 음반사들은 다국적 기업들입니다. 자본력은 물론 정보력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대기업들입니다. 그런데 CD가 디지털음악시대를 열어젖히면서 압축기술 발전과 함께 MP3가 등장하고, 인터넷속도도 빨라지고, 파일교환이 현실화될 것이란 사실을 왜 미리 예측하고 대응하지 못했을까요? 기술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면 P2P는 필연적인 수순이었는데, 왜 그걸 못하게만 막으려 했을까요? 그 결과 몇 년간 영세한 P2P와 씨름만 하다가 아이튠즈가 등장했을 때 음악시장의 주도권을 애플에게 넘겨주지 않았습니까?"

냅스터가 등장하기 전까지 음반사들은 음악시장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물론 막대한 부도 축적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CD시장은 거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이 없었다. CD 한장의 원가가 100원 남짓인데, 그것을 100배의 가격인 1만원에 수백만장을 팔아치웠던 것이다. 어마어마한 수익률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웬 젊은이가 P2P라는 걸 세상에 들고나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습게 생각했는데 소비자의 반응이 장난이 아니다. 음반 판매량도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때 그들은 '힘으로 누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저것 하나만 제거하면 다시금 예전의 황금시대를 구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디지털 기술 변화에 대해 신중하게 성찰하기보다는 자기가 당장 가지고 있는 힘을 너무 과신한 것은 아니었을까?

2000년대 중후반에 들어서서 소위 메이저 음반사들은 모두 백기를 들었다. 심지어 2007년 11월 당시 워너뮤직의 CEO였던 에드가 브론프만은 한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틀렸다(We're wrong)"고 선언했다. P2P와의 분쟁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음반사의 대표가 과거 불법다운로드 문제에 대해 잘못 대처했다고 고백한 것이다. 

애플이 장악한 '유료음악 시장'
그렇다면 세계 디지털음악시장은 어떻게 구성돼 있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발전해 나갈까?

"세계 디지털 음악시장은 크게 유료와 무료서비스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유료시장은 잘 아시다시피 애플의 아이튠즈가 거의 독점하다시피하고 있죠. 오프라인 시장까지 다 합쳐도 단일매장으로서 아이튠즈가 가장 큰 매장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2등이 월마트이고, 그밖에 냅스터, 랩소디, 아마존 등이 있는데, 이 정도가 거의 전부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나머지는 다 합쳐봐야 전체 시장에서 점유율이 10% 정도 될까요?"

그렇다면 애플이 주도하고 있는 유료 음악시장의 전망은 어떻게 될까?

"현재 애플의 시장 장악력이 워낙 강합니다. 점유율도 날로 늘어나고 있구요. 그리고 애플이 아이튠즈를 중심으로 강력한 생태계를 만들어놨기 때문에 당분간 이 틀이 쉽게 깨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뒤집어 얘기하면 유료 음악시장에서 눈에 띄는 서비스는 당분간 나타나기 어렵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춘추전국시대인
춘추전국시대인 '무료음악 시장'
유료 음악시장은 애플이 거의 독식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는데 반해 무료 음악시장은 매우 역동적으로 변화,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양대표의 분석이다.

"재미 있는 것은 무료음악 시장입니다. 온라인에서 무료로 음악을 제공하는 서비스는 춘추전국시대라고 할만큼 많이 나와 있고, 또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크게 SNS형 무료음악서비스와 라디오형 무료음악서비스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SNS형으로는 '마이스페이스'가 대표적이구요, '라디오형'으로는 '판도라', '라스트닷에프엠', '장고' 같은 서비스를 들 수 있습니다."

마이스페이스(www.myspace.com)는 처음부터 특정 밴드가 자기 음악을 알리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다가 범용으로 확대된 것으로 기본적으로 공짜 음악이 내장돼 있는 서비스다. 판도라(www.pandora.com)와 라스트닷에프엠(www.last.fm), 장고(www.jango.com) 등은 이용자가 특정 음악을 지정할 수는 없는 대신 이용자의 음악선호도를 파악해 다양한 음악을 '추천'하는 일종의 개인화 라디오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무료 음악서비스가 바로 불법 음악서비스라고 낙인 찍는 분위기이지만, 세계 디지털음악시장에서는 이런 무료음악 서비스들이 합법적으로, 그것도 매우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물론 여기서 공급되는 음원들은 모두 저작권자와 계약이 된 것들이다.

이들 무료서비스의 비즈니스모델은 바로 '광고'다. 무료 서비스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게 되고, 거기에서 발생한 광고수익을 권리자와 분배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광고기반의 무료 서비스는 인터넷 환경에서 통용되는 대표적인 비즈니스모델 중의 하나인데, 이 모델이 2000년대 후반 들어 급속하게 확산되자 전문가들은 '공짜경제학'(freeconomics)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무료음악시장에서 P2P서비스는 어떻게 됐을까?

"P2P는 시장으로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P2P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활성화된 서비스이긴 합니다만, 무료에다가 이렇다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해 여전히 불법 다운로드에 많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P2P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합법적인 유료화에 성공한 모델은 세계적으로도 소리바다가 유일합니다."

무료음악서비스, 주류가 될 수 있을까?
이처럼 무료음악시장이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지만, 이 시장이 주류 음악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무료 서비스가 PC에서만 이용할 수 있고, MP3플레이어나 휴대폰 등을 통해 돌아다니면서 사용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부분도 거의 극복되고 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무료음악서비스용 앱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무료 음악서비스는 스포티파이(Spotify)입니다. 영국에서는 200만이 넘는 회원을 확보해 대박을 쳤구요, 지난해 9월에는 아이폰 앱 승인까지 받았는데, 벌써부터 애플을 위협할 만한 음악서비스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스포티파이(www.spotify.com)는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다. 30분 마다 반복되는 광고와 곡과 곡 사이의 광고를 들어주면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광고를 듣기 싫다면 월 9.99유로를 지불하면 된다. 그런데 스포티파이는 단순한 스트리밍서비스와는 다른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또 다른 전환점이 될 것
검색은 물론이고, 재생목록을 저장, 공유할 수 있고, 편집도 가능하다. 게다가 '오프라인 기능'이 있어서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아도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돼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운로드 서비스와 크게 다를 게 없는 것이다. 아니 무료서비스인데, 기존의 유료서비스보다 더 편리 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평가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스포티파이의 인기가 미국시장에까지 불어닥치면 아이튠즈의 다운로드 상품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스포티파이가 애플에 아이폰용 앱 사용을 승인요청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 결과를 흥미롭게 지켜봤다. 기존에 애플은 자사 서비스(아이튠즈 등)에 영향을 줄 만한 앱에 대해서는 승인을 거부해왔기 때문에 스포티파이도 거절 당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었다. 그러나 애플의 폐쇄적인 승인정책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마저도 진상조사에 나서자 애플은 결국 스포티파이 앱을 승인했다.


"디지털 환경에서 파괴력 있는 서비스는 유료가 아닌 무료서비스입니다. 유료와 무료 서비스는 굉장히 다릅니다.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다르니까요. 작년 하반기에 스포티파이 앱이 아이폰에서 서비스된 것은 제 생각에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디지털 음악서비스의 경쟁구도를 확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된 것입니다."

국내 음악시장이
역동적이지
역동적이지 못한 이유
다시 시선을 국내 디지털 음악시장으로 돌려보자. 방금 살펴봤듯이 세계 시장은 매우 역동적으로 변화, 발전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 시장은 소리바다, 벅스, 엠넷 정도가 아이폰용 앱을 서비스하는 것 외에는 이렇다할 변화를 찾아볼 수가 없다.

합법적인 무료 음악서비스는 아예 찾아볼 수가 없고, 유료서비스조차도 상품의 종류와 가격이 거의 똑 같다. 서로 다른 브랜드에 보유한 곡수의 차이만 미미하게 있을 뿐 어디를 가나 거기서 거기인 서비스들 뿐이다. 나라 안과 밖이 왜 이렇게도 다른 걸까?

"국내에서는 다양한 음악서비스가 나오는 게 제도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바로 음악 신탁 3단체의 '음악저작물 사용료징수규정' 때문입니다. 현재로는 이 규정에 등장하지 않는 음악서비스는 일단 불법으로 간주됩니다. 새로운 서비스가 나와서 합법서비스로 자리를 잡으려면, 그걸 들고 권리자들에게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하고, 또 규정에 새로운 조항으로 추가되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국내에서 이용되고 있는 음악서비스는 모두 이 징수규정에 지정되어 있는 것들이다. DRM-free 다운로드, DRM 다운로드, 스트리밍, 벨소리 및 통화연결음, 홈페이지 배경음악 등의 디지털 음악상품 모두가 어떤 식으로 서비스됐을 때 얼마를 징수할 것인지 매우 상세하게 규정되어 있다. 당연히 여기에는 무료음악서비스에 대한 조항은 없다.

"사실 이런 징수규정이 있다는 것도 그렇고, 그걸 정부 차원에서 관리한다는 것도 넌센스입니다. 다양한 음악상품들에 대해서 상세한 규정을 만들어 놓았습니다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시장의 활력이 몰라보게 위축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규정에 나와 있는대로만 서비스를 해야 하니 사업자가 창의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습니까? 그리고 규정에 나와 있는 상품들은 기존 사업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신규 사업자가 새로 진입할 수가 있습니까? 이런 형태의 징수규정은 보기에 따라서는 기성 사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진입장벽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최소 단위의 핵심 기준
하나면
하나면 충분
그렇다면 저작권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음악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수많은 규정을 계속 만들기보다는 모든 음악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핵심적인 기준 하나를 세우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해외 음악시장의 경우에는 '한 사람이 한 곡을 한 번 들었을 때 저작권료는 얼마를 지불하면 된다'는 기준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명문화된 규정은 아닙니다만, 업계 구성원들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단위의 기준입니다. 이 기준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 기준에 어긋나지만 않으면 어떤 형태의 음악서비스도 만들어낼 수 있고, 권리자들과도 원활하게 합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양대표는 해외 음악시장에서 다양한 형태의 무료음악서비스가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이유를 바로 '가장 기본적인 룰세팅'에서 찾았다. 예를 들어 스포티파이처럼 광고를 붙인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도 이용자들이 어떤 곡을 얼마만큼 들었는지를 계산해 그에 맞는 저작권료를 권리자에게 분배하고 있기 때문에 합법적인 서비스로 인정을 받고 있다. 반면 국내에는 그런 기준이 없기 때문에 사업자들이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기 어렵고, 권리자들도 새로운 상품 제안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저도 권리자 단체들에게 이 같은 제안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그런데 권리자들은 황당한 수준의 금액을 제시하더군요. 광고기반 서비스가 도저히 불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만약 그대로 법제화가 된다면 국내에서 음악 무료서비스는 완전히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해외의 기준은 어떤 수준일까?

"해외에서 무료 음악서비스가 활발하다는 것은 그만큼 기준이 합리적이라는 말입니다. 저도 정확한 액수는 알지 못합니다만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곡당 2원 정도? 그러니까 한 사람이 A라는 무료음악서비스를 통해 한 달에 100곡을 들었다면, 권리자에게 200원 정도만 지불하면 되는 거죠. 이 정도면 광고를 붙여서 무료 서비스를 해볼만 하지 않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저작권자에게 합당한 금액이 지불되느냐입니다. 그 기준만 만족한다면 사업자들에게 마음껏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합니다."

현재 서비스에
충실할
충실할 생각
끝으로 소리바다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지난 10년간 소리바다는 갖은 분쟁을 모두 해소했고, 또 그 분쟁 가운데서 어쩔 수 없이 내부적으로 무리수를 뒀던 사업부문들도 모두 정리했다. 이제 소리바다는 분쟁에서 자유로운 상태로 나름의 음악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는 첫 기회를 얻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대표는 '지금의 서비스에 충실한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지금의 소리바다는 경쟁사가 존재하는 유료화된 서비스입니다. 서비스의 내용도 다른 곳과 크게 다르지 않고 유사합니다. 하지만 일단은 여기에 충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저희가 P2P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음악 관련 데이터베이스와 정보가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그밖에도 분쟁을 해결하는 데 에너지를 쏟다보니 상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지 못한 게 많았습니다. 이제는 차근차근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갈 생각입니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디지털 음악시장은 참 많이 변했다. 이통사를 중심으로 한 거대 사업자들이 음악시장에 참여해 지형도를 바꿔놓았고, 소리바다는 지루한 분쟁을 거치며 과거 1, 2위를 다투던 온라인시장에서의 지위는 크게 약화됐다. 하지만 소리바다는 '서비스의 편의성'에서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의 음악시장은 상당히 안정된 상태라고 보여집니다. 여기서 안정적이란 말은 향후 몇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하거나, 크게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는 말입니다. 일종의 레드오션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소리바다의 목표도 당연히 이 시장 안에서 존재합니다. 파이의 크기가 거의 정해진 상태에서 소리바다가 성장하기 위한 방법은 잃었던 파이를 되찾아 오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위한 핵심 전략은 보다 나은 서비스의 편의성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맥, 리눅스, 아이폰에서도 돌아가는 소리바다
소리바다가 생각한 서비스의 편의성은 먼저 '다양한 OS'였다. '매킨토시(Macintosh)'는 물론이고, '리눅스(Linux)'에서도 소리바다의 서비스를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국내 음악서비스 사이트 중에 이처럼 매킨토시와 리눅스에서도 돌아가는 것은 소리바다가 유일하다. 

다음으로 소리바다는 '다양한 웹브라우저'에도 신경을 썼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인터넷 익스플로러'뿐만 아니라 모질라의 '파이어폭스', 구글의 '크롬' 등에서도 문제 없이 듣기와 다운로드 받기가 가능하다. 반면 국내 대부분의 음악서비스 사이트들은 음악재생과 다운로드 서비스에 '액티브엑스(ActiveX)' 기술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플랫폼(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의 특정 웹브라우저(인터넷익스플로러)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

소리바다의 이러한 플랫폼 다양화 정책의 결정판은 아이폰(iPhone) 앱이라고 볼 수 있다. 소리바다는 2009년말에 아이폰이 출시되고 얼마 안 있어 국내 음악서비스로는 최초로 아이폰 앱을 내놓았다. 소리바다 앱은 출시 후 한 달만에 10만건의 다운로드 실적을 올려 국내 아이폰 앱 중에서 최고 인기 아이템으로 주목 받고 있다.

"소리바다가 처음부터 DRM-free를 고집한 근본적인 이유는 '소비자의 편의성'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플랫폼 다양화 전략을 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구요. 그 중에서도 아이폰 앱은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여태껏 모바일음 악시장은 이통사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잖아요. 스마트폰과 함께 앱을 활용한 오픈마켓이 활성화되면서 우리도 모바일 음악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있으니까요. 소리바다 앱은 지속적으로 기능을 업데이트해서 스마트폰 시장의 대표적인 음악상품으로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이용자에게
아울러 소리바다는 플랫폼의 다양화 외에도 서비스 자체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사이트에 방문할 때마다 로그인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한 '자동로그인' 기능, 한 번 클릭으로 음악을 바로 들을 수 있게 하는 '웹플레이어' 서비스, 블로그나 카페 등에 앨범 위젯을 바로 심을 수 있는 '소리바다 플레이어 퍼가기', 트위터나 미투데이 등의 마이크로블로그에서 음악을 바로 들을 수 있게 해주는 '들리는 링크', 소리바다를 통해 듣거나 다운로드 받은 음악정보를 관리해주는 '마이컬렉션', 메인 페이지에서 앨범 페이지로 이동하지 않고 바로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도록 한 '앨범 퀵뷰' 기능 등 음악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기능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동영상 등으로 서비스 영역 확장 예정
그러나 양대표도 지적했듯이 지금의 음악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레드오션이 돼버렸다. 정해진 파이 안에서 점유율을 높여야 하는, 한계가 분명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 대비한 소리바다의 전략은 무엇일까?

"음악 다운로드 시장만 보면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다운로드 시장' 전체를 보면 아직 기회가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와 드라마 등의 동영상 다운로드 시장은 이제 막 태동 단계입니다. 한편에서는 스마트폰 시장이 크게 열리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TV 등의 기존 영상기기들이 '스마트'해지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되어가고 있고, 그만큼 콘텐츠 다운로드 시장도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양대표가 그리고 있는 소리바다의 그림은 어떤 형태일까?

"저는 오래 전부터 애플의 아이튠즈 모델을 상세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보면 볼수록 감탄하는 것이 정말 에코시스템을 잘 만들어간다는 겁니다. 아이팟을 만든 뒤 아이튠즈 서비스를 내놓고, 다음에는 동영상이 돌아가는 아이팟을 내놓은 뒤 아이튠즈에서 뮤직비디오 동영상서비스를 개시하고, 또 이것이 안정화된다 싶으니까 영화와 TV드라마 등으로 동영상 서비스의 범위를 확대해갑니다. 정말 자연스럽게 사업영역을 잘 확장한다 싶었습니다. 소리바다도 애플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자연스럽게 서비스 영역을 확장해나갈 예정입니다."

소리바다는 현재 영화 및 방송사들과의 계약을 대부분 마무리 짓고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조만간 소리바다를 통해 영화와 드라마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권리자와 P2P의
상생모델
상생모델 구현, 자부심
양대표의 말로라면 소리바다는 더 이상 'P2P의 대명사'라는 지위에 머물러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 소리바다의 최근 서비스는 P2P보다는 '음악 및 콘텐츠 서비스의 고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10년간 P2P의 합법화를 위해 노력해온 것을 생각하면 다소 의외의 방향이다.

"많은 사람들이 P2P를 그 자체로 불법적인 것이라고 규정짓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P2P를 통한 다운로드 서비스도 정부가 정한 저작권료 징수규정에 포함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세계 최초로 권리자와 P2P가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습니다. P2P냐 아니냐가 이슈가 되는 시대는 지나간 것이죠."

양대표는 P2P 자체보다는 P2P가 가져다 준 '효용성'을 잘 헤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10년 전에 P2P에 열광했던 이유는 P2P라서가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콘텐츠를 P2P가 매우 편리하게 찾아줬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P2P가 아닌 웹서비스도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소비자가 느끼기에 큰 차이가 없고, 때로는 웹서비스가 더 편리한 부분도 있습니다. 따라서 P2P에 집착하기보다는 소비자가 편리하다고 느끼고,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동영상서비스를 시작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입니다."

무료 기반의 다양한 콘텐츠서비스 시도하고 싶어
소리바다가 10년 전 음악시장에 큰 화두를 던진 이후 과연 우리 음악시장은 발전했다고 볼 수 있을까? 분쟁과 분쟁으로 이어진 지난 10년의 경험을 우리는 음악시장을 발전시키는 생산적인 에너지로 전환시켜왔을까? 10년의 결과로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음악시장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역동성을 갖추고 있을까?

"우리 음악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가장 기초적인 저작권료 징수규정이 하루 속히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런저런 서비스를 문자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한 곡을 들을 때 얼마의 저작권료를 징수하면 된다'는 매우 기초적이고도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합니다. 그래야 서비스 사업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습니다."

만약 양대표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사업을 펼치고 싶은지 물어봤다.

"제게 다시 처음부터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권리자와 상생할 수 있는 '무료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제가 누누히 강조했습니다만, 무료냐 유료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무료든 유료든 권리자들이 받아들일 만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고, 또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소리바다에서 이런 시도를 하기는 한계가 있습니다. 유료와 무료서비스는 한 곳에서 양립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작금의 음악시장은 몇몇 거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되어 있다. 새로운 사업자가 나타나기에는 진입장벽이 너무 높을 수 있다는 말이다. 과연 '최소한의 저작권료 징수규정'이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이런 진입장벽이 여전하다면 새로운 사업자가 기회를 찾기가 어렵지 않을까?

"저는 수직계열화에서 벗어난 소리바다 같은 기업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이라고 해서 반드시 직접 맞붙어서 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무료 서비스의 경우는 유료 서비스와 비교해서 고객층이 완전히 다릅니다. 비즈니스에는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는 말처럼, 서로가 다른 영역이란 점이 인정된다면 손을 잡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지금의 음악시장이 다시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기발한 비즈니스 모델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리바다도 그 점에서 계속해서 기여하고 싶구요."

소리바다는 다시 전진하고 있다
소리바다는 2010년 5월로 만 10년째가 된다. 한때 대한민국 국민들을 잠 못 들게 만들었던 국민 소프트웨어였지만, 오랫 동안 저작권 분쟁에 시달리며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맛봐야 했다. 그러나 소리바다는 그 긴 과정을 견뎌냈다. 그리고 권리자들과의 문제도 모두 해결했다. 물론 그 와중에 소리바다는 큰 상처를 입었다. 한때 업계 1, 2위를 다투기도 했지만, 지금은 4~5위 정도로 사세도 많이 위축됐다. 

그러나 소리바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리바다는 다시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 앱으로, 동영상 서비스로, 소리바다는 다시 전진하고 있다. 소리바다가 만들어낼 앞으로의 10년이 우리나라 디지털콘텐츠시장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끝)

(다음은 '후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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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괴나리봇짐 괴나리봇짐
2010.03.25 15:47 소리바다이야기
[소리바다이야기⑫]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과 시행착오

이제는 관점을 소리바다의 내부로 돌려보자. 앞서 살펴본 대로 권리자 단체와 시작된 분쟁의 전선은 시간이 흐르면서 경쟁사로, 또 거대기업으로 확대되어 갔다. 달랑 컴퓨터 두 대와 임대서버로 시작한 벤처기업 소리바다가 거대기업의 전방위 압박을 무슨 수로 버텨냈을까? 그것도 회사가 매각되거나 경영권이 훼손되는 일 없이 온전히 소리바다를 지켜낼 수 있었던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분쟁이 끝난 지금 그 전략이 소리바다에 남긴 것은 무엇일까?

소리바다, 시장에 나오다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소리바다가 선택한 첫번째 전략은 '시장 진출'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시장 진출이란 바로 '상장'을 가리킨다. 소리바다가 선택한 첫번째 전략이 왜 상장이었을까? 양대표의 말이다.

"당시 권리자, 특히 음제협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습니다. 협상 이전에 소리바다를 통해 유통됐던 음원들에 대한 과거보상금 때문이죠. 그런데 워낙 그 금액이 컸기 때문에 '시장에 나오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습니다."

소리바다는 2006년 6월경에 소프트랜드와 교보증권 등의 투자사로부터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에 코스닥 시장에 우회등록했다. 소리바다의 우회상장을 두고 당시 음악업계에서는 뒷말이 무성했다. 거기에는 뭔가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자금을 확보했을 거라는 뉘앙스도 있었고, 또 반대로 막대한 자금을 척척 확보해내는 것에 대한 질시도 있었다.

"당시 코스닥 우회상장은 저희 회사로서는 필연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상장 이전에 100억원을 투자 받긴 했습니다만, 그 돈은 모두 보상금으로 지급되면서 사라졌습니다. 음제협(음원제작자협회)이 80억원, 음저협(음악저작권협회)이 20억원이었으니까, 100억원이 고스란히 협상금으로 들어간 거죠. 게다가 음제협에 소속되지 않은 음반사들과도 협상해야 했기 때문에 더 많은 자금이 필요했습니다. 이러니 시장에 나오지 않고는 자금을 확보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죠. 그리고 투자사로부터 100억원을 투자 받는 조건이 향후에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한다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코스닥 시장에는 닭고기 회사가 소리바다를 인수했다는 소문이 제법 돌아다녔다. 소리바다에 거액을 투자한 소프트랜드가 닭고기 회사인 마니커의 자회사였던 넥서스 투자와 제휴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저희가 우회상장할 때 여러 가지 오보가 많았습니다. 닭고기 회사 이야기는 대표적이었구요. 그러나 사실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저희는 비상장 상태에서 투자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우회상장은 소프트랜드를 통해 바이오메디아라는 회사를 소개받아 합병하면서 하게 됐는데요, 당시로서는 매우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회상장을 하려면 기존 경영권에 프리미엄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서로 가치를 산정해서 바로 합병을 추진했습니다."

소리바다는 비상장 시절 소프트랜드 등으로부터 투자 받은 100억원과 상장 후 시장에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권리자 및 권리자 단체들과 적극적인 협상에 나섰다. 음제협과의 협상이 신호탄이었고, 이후 개별 음반사들과도 차근차근 협상을 성사시키게 된다.

소리바다는 과연 '
회유했나
회유'했나?
그러나 소리바다의 이러한 행보를 바라보는 소위 메이저 음악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경영이 어려운 중소 음반사들을 돈으로 '회유'하고, 특정 인맥을 동원해 '뒷거래'하며, 궁극적으로 음악업계를 분열시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2006년 7월에 메이저 음악업계가 소리바다의 유료화정책을 비난하며 발표한 성명의 일부분이다.

그간 소리바다는 불법을 토대로 사세를 확장하여 왔다그들은 음악의 사용에 어떠한 대가도 지불하지 아니하였으며파일 공유와 교환을 매개하였기에 음악파일의 제작을 위해서도 별도의 비용을 지출하지 않았다최근에는  백억원의펀딩을 성사시켜 코스닥에 우회등록까지 마쳤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이제는 음악()권리자의 회유에 나서고 있다저작권 보호의지를 천명하고 과거에 대한 정당한 배상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경제적인 어려움에 몰려 있는 음반사제작자들에게 당근을 제시하며 회유하고 있는것이다특정 인맥이 
동원되었고
동원되었고
뒷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도 나돈다.

소리바다의 이러한 행태는 음악업계를 분열시키고 음악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뿐이기에우리는 개별 회유정책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아울러 과거의 침해에 대한 배상 기준을 제시하고음악업계와 공개적인 협의에 나설 것을촉구한다.

이처럼 당시 메이저 음악업계는 소리바다의 우회상장을 탈법적이고도 변칙적인 행동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소리바다 입장에서는 매우 정당하고도 당연한 협상과정이었다.

"돈으로 회유하고 음악업계를 분열시켰다는 비난 자체가 우습지 않습니까? 당시 소리바다는 소송에서 져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무려 4개월이나 문을 닫고 있었습니다. 매우 시급한 문제였습니다. 이 서비스를 다시 살릴 방법이 무엇이겠습니까? 권리자들과 딜(deal)하는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돈을 안 쓸 수 없는 상황이었던 거죠. 저는 오히려 되묻고 싶습니다. 과연 소리바다가 추진했던 협상 방법 외에 다른 어떤 방법이 있을 수 있는지요."

일부 메이저 음반사들의 비난을 제외하면 협상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다. 협상이 순조로울 수 있었던 것은 음제협과의 협상이 성사되면서 최소한의 기준이 마련됐기 때문이었다.

"음제협과의 협상이 성사되면서 과거보상금에 대한 룰세팅이 어느 정도 확립이 됐습니다. 그 기준에 따라서 개별 음반사들과도 비교적 순조롭게 협상을 할 수 있었지요. 물론 음악저작물이 공산품은 아니기 때문에 어떤 공식을 대입해서 보상금을 산출할 수는 없었습니다. 히트곡을 많이 보유한 곳은 아무래도 좀 더 가져가는 방식이었죠. 이런 기준 자체도 주관적인 것이라 갈등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닙니다만, 저희가 일관되게 기준을 맞추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잘 마무리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소리바다가 벅스보다 배 이상 보상금을 낸 이유
소리바다가 권리자들과 벌인 협상은 그야 말로 세상에 없는 존재를 백지 위에다 그림 그리는 것과 다름 없었다. 소리바다 이전에 참고할 만한 사례도, 심지어 해외 사례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창 갈등이 벌어질 때에는 권리자와 권리자 단체들이 줄어든 음반시장 수천억원을 소리바다가 고스란히 물어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협상 과정이 얼마나 어려웠을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소리바다가 협상 과정에서 지급한 과거보상금을 모두 얼마나 될까?

"음제협부터 시작해 가장 늦게 협상한 엠넷미디어까지 모두 추산해보니 300억원에 가까운 돈이 과거보상금으로 지급됐더군요. 이 금액은 국내의 다른 사례들과 비교해봐도 굉장히 많은 액수입니다. 일례로 벅스도 권리자 단체들에게 과거보상금을 지급했는데, 그 규모가 저희의 절반에 못 미쳤던 걸로 기억합니다."

소리바다가 벅스보다 두 배 이상의 보상금을 지급했다는 사실은 언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법원이 문제 삼았던 내용이 소리바다는 이용자의 저작권 위반행위를 방조했다는 일종의 '간접 침해'에 해당했던 데 반해 벅스는 권리자의 허락없이 음원을 복제함으로써 저작권을 '직접 침해'한 정범이었기 때문이다. 법률적으로 봤을 때 정범의 죄가 종범의 죄보다 훨씬 가중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보상금은 반대로 종범에 해당됐던 소리바다가 훨씬 많이 지급한 것이었다.

"상징성 때문이었을 겁니다. 영향력만을 따진다면 소리바다나 벅스나 별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소리바다가 먼저 이슈를 터트린 셈이 됐고, 이용자들의 반응 또한 훨씬 뜨거웠으니까요. 하지만 간접 침해에 해당하는 쪽에게 직접 침해에 해당하는 쪽보다 배 이상 많은 보상금을 요구한 것은 지금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사례를 보면 이 부분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양대표가 언급한 미국 사례란 '엠피쓰리닷컴(MP3.COM)'과 관련한 것이다. 엠피쓰리닷컴의 서비스 모델은 이용자가 자기 씨디(CD)를 이 사이트에 등록하면 데이터베이스화된 음원을 무료로 이용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엠피쓰리닷컴이 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때 권리자와 협의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고, 그 결과 수천억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물게 된 것이다. 벅스의 경우 데이터베이스를 권리자와 협의 없이 만든 것은 물론이고, 아무나 그 음원을 무료로 들을 수 있게까지 했으니 미국의 엠피쓰리닷컴 사례보다 한 발 더 나간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권리자들은 이런 벅스에게 상대적으로 더 관대했다.

"저도 이 부분을 어필했습니다만, 돌아온 대답은 소리바다는 '다운로드 서비스'이고 벅스는 '스트리밍 서비스'이기 때문에 소리바다가 더 많은 보상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법률적인 상식을 벗어난 다분히 감정적인 대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상장이 오히려 발목 잡은 측면 있어
어쨌든 소리바다는 코스닥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 돈을 기반으로 권리자들과의 협상에 성공하기는 했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는 점이었다. 코스닥에 상장한 건 2006년 11월이었지만, 목표했던 바 메이저 음반사들까지 포함한 협상이 마무리되기까지는 무려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야 했다. 메이저 음반사 중 가장 늦게 소리바다와 합의한 곳이
엠넷미디어였는데
엠넷미디어였는데, 그 시점이 2008년 10월이었다.

2년은 소리바다에게 너무 긴 시간이었다. 그 사이에 소리바다는 SK텔레콤 계열사인 서울음반과의 치열한 분쟁에서 결정적인 패소를 당해야 했고, 그 결과 한때 6,000원을 넘나 들던 주가가 지금의 500원대로 곤두박질 치는 아픔을 겪었다. 상장사가 아니었다면 모를까, 일단 시장에 나온 기업이 어떤 형태로든 법정에서 불리한 판결을 받는다는 것은 매우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시장 진입이 당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었습니다만, 시장에 나왔다는 사실이 저희의 발목을 잡은 것 또한 사실이었습니다. 상장사가 법정에서 패소했다는 것은 시장의 불신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는 그대로 주가에 반영됐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마음이 아팠던 것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수많은 이용자들이 소리바다를 떠났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상장을 결정했던 소리바다의 첫번째 선택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정상적인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었던 선택이었지만, 그 효과는 협상 완료 시점이 지체되면서 상당히 약화됐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사실 주식시장에 나오지 않고서도 저작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면, 저는 그것을 선택했을 겁니다. 똑 같은 상황이라도 시장 밖에 있을 때 선택의 폭이 훨씬 넓기 때문입니다. 협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소리바다가 비상장 기업이었다면 과거보상금의 규모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메이저 음반사들이 그토록 시간을 끌면서 노골적으로 소리바다를 공격해올지도 몰랐구요."

만인에미디어를
인수하다
인수하다
소리바다가 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채택한 두 번째 선택은 2006년말에 '만인에미디어'를 인수하는 것이었다. 만인에미디어는 당시 음악관련 대리중개업 1위 업체로 국내 디지털음악시장을 리드하던 한 축이었다. 소수의 대형 음반사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음반사들은 낯선 디지털음악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대리중개업자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참고로 대리중개업이란 음반사 등에서 디지털음원 유통에 관한 권리를 위탁받아 다양한 디지털 유통채널에 공급하는 서비스를 가리킨다).


소리바다는 왜 만인에미디어를 인수했을까? 양대표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만인에미디어 인수 건을 두고 당시 임원진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굳이 큰 돈을 들여서 인수해야 하느냐 하는 쪽과 서바이벌(생존)을 위해서는 무조건 필요하다는 쪽으로 나뉘어 있었거든요. 사실 저의 속마음은 전자 쪽에 가까웠습니다만, 당시 상황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임원진의 의견이 후자 쪽으로 모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양대표가 지목한 '급박한 상황'이란 소리바다와 계약을 거부하고 있던 메이저 음반사들이 소리바다의 전면 유료화를 계기로 조직화된 것을 가리킨다. 이때 만들어진 조직이 바로 앞선 내용에서 자주 등장한 디발협(디지털음악산업발전협의회)이다.

"당시 웬만한 음반사들과는 대부분 협상에 성공했지만, 서울음반과 엠넷미디어, SM엔터테인먼트 등과 같은 메이저 음반사들과는 전혀 협상이 타결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협상이 진행되면서 이들 메이저사들이 우리가 수많은 협상과정을 통해 세웠던 기준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과도한 요구를 해오기 시작한 거죠. 심지어는 디발협(디지털음악산업발전협의회)이라는 임의단체를 만들어 저희를 공개적으로, 또 노골적으로 공격해왔고,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권리자의 지위가 필요했던 소리바다 
양대표는
만인에미디어가
만인에미디어가 소리바다의 생존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SK텔레콤이 음악시장에 진출한 이후 메이저 음악시장은 SK텔레콤과 서울음반의 관계처럼 서비스사업자가 음반사(권리자)를 통제하는 서비스 중심의 수직계열화가 대세가 되었습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순수한 권리자가 사라진 것이죠. 겉으로는 권리자의 이름을 내세워도 실상은 자기 서비스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대변하는 식이었습니다. 당시 소리바다가 메이저 음반사들에게 받은 공격은 대부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리바다가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지를 고민했습니다. 저작권 관련 사업에서 서비스사업자는 항상 '을'일수밖에 없습니다. 이슈가 발생해도 수동적으로 방어하는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상대방이 우리를 만만하게 보지 않게 만들 '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만인에미디어를 통해 권리자의 지위를 일부 확보한 것이지요."

엄밀히 말해서 만인에미디어는 권리자라고 볼 수는 없다. 말 그대로 '대리중개업자'로 수많은 권리자들의 권리를 위탁받아 관리하는 일종의 대행사였던 것이다. 그러나 만인에미디어가 당시에는 업계 1위 기업이었기 때문에 웬만한 음반사와 맞먹는 권리자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소리바다는 바로 이 점에 착안한 것이었다.

'칼' 역할을 제대로 못했던
만인에미디어
만인에미디어
양대표가 만인에미디어를 인수하며 그렸던 그림은 메이저 음반사들이 소리바다에 무리한 요구를 해올 때 만인에미디어가 보유한 권리를 활용해 그들과 관련된 경쟁서비스들을 역으로 압박한다는 것이었다. 양대표가 만인에미디어를 '칼'에 비유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소리바다는 그 칼을 충분히 활용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만인에미디어 인수 카드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만인에미디어가 보유한 음원을 활용해 때로 역공을 취하기도 했습니다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워낙 급하게 진행된 프로젝트라 인수과정에서부터 적지 않은 실수를 범했습니다. 인수 당시 만인에미디어의 주가가 상당히 고점이어서 애당초 계획보다 비싸게 인수할 수밖에 없었고, 또 기존 경영진들에게 경영권을 2년이나 보장해준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비싼 돈을 주고 인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경영자와의 분쟁이 끊이지 않았고, 막상 필요한 순간에 칼로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났던 겁니다."

소리바다는 기존 경영권의 보장기한이 만료된 2008년 11월에 만인에미디어의 경영권을 확보한다. 양대표가 만인에미디어의 대표로 취임한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메이저 음반사들과의 계약이 마무리된 시점이었다. '칼'로 쓰고 싶어서 인수한 만인에미디어였지만, 막상 맘대로 쓸 수 있게 됐을 때는 휘두를 만한 대상이 사라진 것이었다.

"결국 사람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분쟁이 한창 치열했을 때 만인에미디어의 경영권을 훨씬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좀 더 의미 있는 그림이 나왔을 테지요. 하지만 당시 우리의 처지가 워낙 급하다 보니 반드시 챙겨야 할 부분들에 소홀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 결과 만인에미디어가 우리에겐 계륵 같은 존재가 돼버린 것이었죠."

소리바다는 2009년 6월에 만인에미디어(현 소리바다미디어)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계열관계를 완전히 청산했다.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제휴로 반전에 성공
소리바다의 세번째 선택은 우리나라 최고의 연예기획사이자 메이저 음반사 중의 하나였던 SM엔터테인먼트와 제휴하는 것이었다. 소리바다의 양정환 대표와 SM엔터테인먼트의 김영민 대표는 2007년 11월 28일에 SM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제휴' 기자회견을 열고 양사가 신규사업 개발과 해외시장 진출에 서로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기자회견이 열렸던 이때는 소리바다가
가장
가장 큰 위기에 빠져 있을 때였다. 불과 한 달여 전인 10월 10일에 소리바다는 서울음반이 제기한 '음반복제금지 가처분 신청' 항소심(서울고법)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던 것이다. 그때 판결의 파장은 매우 커서 소리바다가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는 소문과 추측이 시장 안팎에서 넘쳐나고 있었다.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제휴는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소리바다가 얼마 못 가서 문을 닫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단번에 뒤집는 계기가 됐으니까요. 소리바다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한류스타를 다수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는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시장에 제시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합의조건으로 SM
온라인을
온라인을 인수하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소리바다는 당시 SM엔터테인먼트의 골치덩어리였던 SM온라인을 떠안았다. 적지 않은 자금이 이 회사를 인수하는 데 사용됐다. SM온라인은 2000년대 초반 대표적인 친구찾기 사이트인 '다모임'의 후신으로 2006년말에 SM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이 회사의 대표적인 서비스는 팬 커뮤니티로 전환한 '아이플(IPLE)'과 동영상서비스인 '엠엔캐스트' 등 두 가지였다.

"SM온라인 인수 건은 SM엔터테인먼트가 우리와 전략적 제휴를 하기 위해 내건 조건 중의 하나였습니다. 'SM이 서비스 플랫폼에 욕심이 있어서 다모임을 인수했는데 막상 운영해보니 노하우가 없어 그런지 수익성이 안 맞는다, 소리바다는 그쪽으로 노하우가 충분하니 잘 맞을 것 같다'는 제안이었습니다. 물론 당시 소리바다에게는 꼭 필요한 서비스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SM의 음원이 무엇보다 필요했고, 또 한편으로는 SM온라인의 서비스들도 욕심이 났던 것이 사실입니다."

동영상서비스에 대한 기대와 실망
양대표가 욕심이 났던 것은 '동영상서비스'였다.

"당시 SM온라인이 보유하고 있던 엠엔캐스트는 국내 UCC동영상 서비스 시장에서 2, 3위를 다투고 있었습니다. 인터넷환경이 개선되면서 이용자의 니즈가 '듣는 음원'에서 '보는 동영상'으로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었기 때문에 소리바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UCC콘텐츠를 '공유'한다는 개념도 소리바다와는 잘 어울리는 이미지였구요. 실제로 머리 속에서 그림은 멋지게 나왔습니다. 우리는 이미 음원공유 시장에서 비즈니스모델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엠엔캐스트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양대표의 기대와 달리 엠엔캐스트는 소리바다에 인수된 후 1년 여 동안 운영되다가 2009년 4월 21일에 서비스가 중단되는 운명을 맞는다.

"이번에도 문제는 사람이었습니다. 머리 속에 그림은 멋지게 나왔지만 막상 그 그림을 현실에서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거죠. 막상 인수해서 자회사로 만들었지만, 인력도 예전 그대로였고, 사무실도 본사 사무실과는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잘 될 리가 없었죠. 회의를 거듭할수록 담당자는 변명만 늘어났고, 참다 못한 저가 직권으로 회사 데이터를 까뒤집어보니까 그동안에 누적된 문제들이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나게 커져 있었던 거죠. 만인에미디어나 SM온라인이나 인수한 자회사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본사보다 더 가까이 두고, 믿을만한 사람을 앉혀서 공을 들여야 한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셈이죠."

핵심서비스로 돌아온
소리바다
소리바다
만인에미디어와 SM온라인은 소리바다가 대기업과의 분쟁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필요했던 '조건'이었고, 동시에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소리바다가 이들 회사를 기회로 활용하기에는 여유도 없었고 자원도 부족했다. 결국 소리바다는 2009년 4월에 엠엔캐스트 서비스를 중단했고, 6월에는 만인에미디어의 후신인 소리바다미디어를 매각했다. 이로써 소리바다는 그동안 자의적 또는 타의적인 이유로 벌여왔던 사업들을 일제히 정리하고 음악서비스 회사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사실 소리바다가 지난 몇 년간 무리할 정도로 사업영역을 확장한 것은 분쟁상태를 이겨내기 위한 목적이 훨씬 강했습니다. 물론 회사의 미래와 비즈니스의 확장 같은 것을 따져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만, 워낙 상황에 쫓기다보니 충분히, 또 냉정하게 살펴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거든요. 그러나 이젠 권리자들과의 갈등이 종료됐으니 필요 이상으로 벌여놓은 사업은 정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에 대응하느라 정작 우리 서비스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했거든요."

소리바다가 끝까지
버틴
버틴 이유
소리바다의 기나긴 분쟁의 역사는 2008년 10월 엠넷미디어와 음원공급계약을 맺으면서 마무리됐고, 그 과정에서 무리하게 벌려놓았던 사업들은 2009년 6월 소리바다미디어를 매각하면서 최종적으로 정리됐다. 저작권 관련 분쟁과 그 잔재가 정리되기까지 9년 가까이가 걸린 것이다.

분초를 다투는 IT기업에게 9년이란 시간은 어마어마하게 긴 시간이다. 아무리 경영이 안정돼 있더라도 9년 동안 경영권의 변동 없이 동일한 브랜드와 서비스를 유지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하물며 소리바다처럼 갈등의 한복판에 서있던 기업이 예전 모습 그대로 기업을 유지하고 있는 사례는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P2P를 세계에 알렸던 냅스터도 2년을 채우지 못했고, 국내에서 소리바다와 쌍벽을 이뤘던 온라인음악서비스 벅스도 진작에 매각됐다. 그 긴 시간동안 소리바다가 왜 힘겨운 싸움을 회피하지 않고 버텨냈을까?

"나갈 타이밍을 놓친 거죠. 하하하."

양대표의 답변은 의외로 간단하고도 가벼웠다. 과거를 떠올리면 징그러울 법도 한데 표정은 오히려 홀가분해 보였다.

"소리바다를 내놓는 순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을 보고 기본적인 책임감 같은 게 있었습니다. 워낙 인기가 있다보니 처음부터 음반사들과 마찰이 있었고, 그분들은 소리바다 이용자를 도둑놈으로, 소리바다를 만든 저희들은 도둑질을 조장한 나쁜 놈으로 취급했잖습니까? 최소한 우리 이용자들이 그런 험한 소리는 듣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저는 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유료화라고 생각했고, 당시 기술력에 한계가 많았지만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권리자와 정부는 양대표의 제안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첫번째 소리바다 모델이 폐쇄된 이후 양대표는 일부 권리자들과의 합의를 통해 부분 유료화 모델을 적용한 '소리바다3'을 내놓았고, 그마저도 음제협의 소송으로 문을 닫게 되자 음제협과 다시 합의를 거쳐 전면 유료화를 적용한 '소리바다5'를 내놓았다. 양대표는 '소리바다5'를 거의 완성형 모델로 생각했다.

"'소리바다5'는 대부분의 권리자들과도 합의한 서비스모델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에 생각했던 합법적인 P2P서비스가 현실화된 거라고 생각한 거죠. 물론 대형 음반사 몇몇이 이 모델마저도 동의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 안 되면 이들 업체들은 빼고 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래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는 거니까요. 어쨌든 저는 목표에 거의 다 다다랐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업체들로부터 생각보다 훨씬 집요한 공격이 들어오게 된 거죠."

거의 목표에 다다랐다고 생각하는 순간
소리바다는
소리바다는 결정적인 패소를 맛봐야 했다. 다 끝나간다고 생각한 순간에 닥쳐온 것이라 그 충격은 어마어마 했다. 양대표도 물론 절망했다고 한다.

"며칠간은 정말 아무 생각도 나지 않더군요. 주변에서도 '진흙탕 속에서 왜 그러고 있냐, 차라리 딴 걸 해라'는 소리를 참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신을 좀 차리고 나니 본전 생각이 나더군요. 정말 어렵게 거기까지 갔는데 한 두 업체 때문에 무너진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거든요. 너무 많은 노력을 했기에 거기에서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진 물러설 수가 없었죠. 비유를 하자면 책 한 권을 거의 다 쓰고 한 두 페이지만 남았는데, 당장 글이 잘 써진다고 거기서 손을 놓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양대표가 끝까지 포기하자 않은 덕분에 소리바다는 갈등관계에 있던 메이저 음반사들과도 모두 합의에 다다를 수 있었고, 소리바다는 세계 최초로 합법적인 P2P 음악서비스 모델이 됐다.

"처음에는 제가 생각한 유료화 모델로 P2P와 권리자간의 상생모델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이후에는 그 생각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것 같습니다. 결국에는 돈도 많이 들어가고, 시간도 많이 소모했지만, 모두가 수긍하는 모델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지요. 지금 서비스되고 있는 소리바다가 바로 그 열매입니다."


(다음은 연재의 최종회인 '디지털음악시장과 소리바다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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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괴나리봇짐 괴나리봇짐
2010.03.08 09:15 소리바다이야기
[소리바다이야기⑪] 폐쇄형 DRM의 탄생과 종말

스티브 잡스의 'DRM-free 제안'
알려져 있기로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논쟁을 세계적으로 촉발시킨 장본인은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다. 그는 2007년 2월 6일 '음악에 대한 생각들'(Thoughts on Music)이라는 제목의 공개 편지를 발표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DRM-free 음악파일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어났다. 당시 스티브잡스가 편지에서 밝힌 DRM 관련 주장을 요약해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음악에 대한 생각들(Thoughts on Music)

아이포드와 아이튠즈는 세계적으로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하지만 애플의 DRM을 개방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아이튠스에서 구입한 음악을 아이포드가 아닌 다른 기계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어야 하고다른 서비스에서 구입한 음악도 아이포드에서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일단 아이포드에는 DRM을 입히지 않았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아이포드 사용자들은 각자 갖고 있는 CD를 포함해 다양한 스토어에서 구입한 음악을 제한 없이 들을 수 있다하지만 아이튠즈에서 구입한 음악은 인증받지 못한 기기에서는 들을 수 없게 DRM이 입혀져 있다이는 애플이 4대 음반사(유니버셜소니BMG, 워너, EMI)들로부터 유통 허락을 받을 때 불법복제를 막기 위한 DRM을 장착할 것을 요구 받았기 때문이다.

애플이 당시 협상한 DRM은 아이튠즈를 통해 구입한 음악파일을 아이포드에서는 무제한으로, PC에서는 다섯 대까지 복제할 수 있게 제한하는 것이었다그러나 당시 4대 음반사가 내건 협상의 핵심 조건은 아이튠즈를 통해 판매된 음악파일이 인증 받지 않은 기기에서 돌아갈 경우그 상황을 몇 주일 안에 고치지 않으면 모든 음악을 아이튠즈에서 철수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완벽한 DRM은 없다세상에는 DRM의 비밀을 풀어 모두가 공짜로 음악파일을 얻을(훔칠수 있게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고또 종종 그들은 성공한다그래서 어떤 회사든 DRM을 자주 업데이트해줘야 한다애플의 DRM FairPlay도 몇 차례 그 비밀이 누출된 적은 있지만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음반사와의 약속을 성공적으로 실천해왔고이용자들에게도 합법 다운로드 시장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용권을 제공해왔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미래를 위한 세 가지 대안을 검토해보자.

첫 번째는 현재 상황을 지속시키는 것이다그런데 특정 스토어에서 음악을 구입하면특정 플레이어에서만 들어야 하고특정 플레이어를 구입하면 반드시 특정 스토어만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과연 맞을까
아이튠즈와 아이포드 데이터를 한 번 살펴보자. 2006년 말까지소비자들은 9,000만 대의 아이포드를 구입했고아이튠즈에서는 20억 곡을 구입했다아이포드 한 대당 22곡을 아이튠즈에서 구입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그런데 아이포드에는 1,000곡 정도를 저장할 수 있다그리고 소비자들은 웬만해선 1,000곡을 다 채워서 가지고 다닌다이를 계산하면 아이포드에 저장된 음악의 3%만이 아이튠즈에서 구입한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DRM이 입혀진 음악파일이 그것뿐이라는 얘기다불과 3%를 위해서 소비자를 묶어야 할까최소한 아이포드 사용자들은 아이튠즈에 묶여 있지 않다.

두 번째는 FairPlay DRM 기술을 현재와 미래의 경쟁사에게 라이선스를 제공해 다른 회사의 플레이어 및 뮤직스토어에서도 작동하게 하는 것이다이 방법은 겉으로는 좋은 전략 같아 보이지만실제로는 보안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한 기술을 다양한 회사가 활용하게 되면 그만큼 비밀이 새나가기 쉬워지고, 또 기기와 소프트웨어의 갯수가 많아졌기 때문에 그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업데이트 작업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따라서 애플은 FairPlay를 다른 기업들에게 라이선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세 번째는 DRM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모든 음악스토어가 DRM-free 음악을 판매하는 세상을 상상해보라.그렇게 되면 모든 플레이어가 모든 스토어의 음악을 재생시킬 수 있으면서스토어 또한 모든 기기에서 재생할 수 있는 음악을 팔 수 있게 된다소비자에게는 분명 최고의 대안이고애플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4대 음반사가 DRM-free 음악판매를 허용해준다면, 애플은 아이튠즈를 DRM-free 음악만 판매하는 장터로 바꿀 것이다.

4대 음반사가 애플과 다른 유통업자들에게 DRM-free 음악을 라이선스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DRM이 불법다운로드를 막는 데 지금껏 효과적이지 못했고, 앞으로도 결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4대 음반사들은 모든 온라인 음악에 DRM이 입혀지기를 원하지만동시에 이들은 보호장치가 전혀 입혀지지 않은 음악이 수록된 CD를 수십억 장씩 판매하는 회사들이다. CD DRM은 개발된 적이 없기 때문에, CD로 배포된 모든 음악은 DRM이 없는 음악파일로 인터넷에 쉽게 업로드될 수 있고동시에 얼마든지 (불법적으로다운로드 될 수 있다.

2006년 온라인에서 DRM을 입힌 채로 판매된 음악이 20억 곡이지만, DRM 없이 CD로 팔린 음악은 200억 곡이 넘는다이처럼 음반사가 90% 이상을 DRM 없이 판매하고 있는데나머지 10%에 DRM을 입힌다고 해서 얼마나 더 돈을 벌 수 있을까? DRM을 만들고운영하고업데이트해야 한다는 기술적인 전문지식과 과도한 요구 덕분에 DRM 음악을 판매하려는 음악사업자의 참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만약 이러한 요구가 사라진다면 음악산업계는 혁신적인 음악스토어와 플레이어를 개발하려는 새로운 기업들로 넘쳐나게 될 것이다.

DRM 시스템에 대한 우려는 주로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다아마도 지금 상황이 만족스럽지못한 분들은 4대 음반사들이 DRM-free 음악판매를 허락하도록 설득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4대 음반사의 지분은 대부분 유럽에서 갖고 있다. 음반사들이 애플은 물론 다른 사업자들에게도 DRM-free 음악판매를 허락하게 된다면 진정으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시장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2월 6일
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의 이 편지는 세계 음악시장은 물론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국내 주류 음악시장은 DRM-free를 언급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스티브 잡스의 이 주장에 적잖이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언론도 스티브 잡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아이튠즈 모델이 유럽시장에서 비판 받는 여론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다. 당시 보도 내용을 부분 인용해본다.

(전략) 잡스는 특히 음반회사들이 DRM 제한을 풀 경우 폐쇄적으로 운영해 왔던 아이튠스를 개방할 용의가 있다고 선언했다. 애플은 아이튠스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준을 비롯한 경쟁업체들의 MP3 플레이어와 호환되는 것을 철저하게 막고 있다.

그 동안 철저한 폐쇄 정책으로 일관했던 스티브 잡스가 '개방'을 선언한 것은 최근 유럽에서 아이튠스와 다른 MP3 플레이어 간의 호환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때문이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 노르웨이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은 최근 아이튠스를 통해 판매하고 있는 음원을 올해 10월까지 다른 기기에서도 재생할 수 있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또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엔 아이튠스 폐쇄를 비롯한 강력한 법적 제재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아이뉴스24, 2007년 2월 7일,
기사전문 보기) .

애플의 진정성을 의심했던 국내 주류 음악계
그리고 당시 업계에서는 애플이 DRM 정책을 바꾼 것이 '아이폰'을 팔기 위한 전략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애플이 DRM을 활용한 폐쇄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세계 음악시장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지만, 반대로 이로 인해 생긴 반대여론이 아이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티브 잡스의 공개편지는 진정성이 결여된, 아이폰 비즈니스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과장된 수사에 불과하다고 봤다.

그러나 과연 애플이 국내 주류 음악업계의 시각처럼 자기에게 유리할 때는 폐쇄적인 DRM을 잘 써먹다가 불필요한 시점이 되니까 'DRM 무용론'을 들고 나온 걸까? 양대표의 시각은 달랐다.

"제가 DRM 문제에 워낙 관심이 많아서 애플의 행보는 처음부터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애플은 4대 음반사에 처음부터 DRM-free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편지에도 나오듯이 폐쇄적인 DRM은 4대 음반사의 요구 조건이었지 애플이 자기 비즈니스를 위해 고안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음반사의 이러한 요구조건 덕분에 애플의 시장지배력은 더욱 강고해졌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음반사들이 자충수를 둔 격이 됐습니다. 애플은 DRM 덕분에 경쟁 확실한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DRM이 일종의 진입장벽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이튠즈의 시장 점유율이 80%에 육박하자 음반사들이 오히려 애플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음반사들은 자기의 우월적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DRM을 강제했지만, 오히려 애플의 지위만 올려준 꼴이 돼버린 거죠."

애플의 제안은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4대 음반사 중 EMI가 같은 달인 2월에 제일 먼저 DRM-free 대열에 참여했고, 뒤이어 워너뮤직과 유니버셜 뮤직이, 이듬해인 2008년 1월에는 소니BMG가 마지막으로 참여함으로써 DRM-free 음악서비스가 대세가 됐다. 스티브 잡스가 공개 편지를 발표한지 1년이 못되는 시간에 상황이 종료된 것이다.

LG MP3폰으로 촉발된 국내 DRM 논쟁
국내에서의 DRM 논쟁은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에서 DRM 논쟁이 가장 뜨겁게 일어났던 때는 2004년 3월 LG전자가 MP3폰을 출시했을 때였다. 

LG전자의 MP3폰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50만원대의 고가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출시 한 달만에 7만대가 넘게 팔려 나갔고, 이후 출시한 2종을 합치면 3개월만에 20여만대가 판매됐다고 한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반응한 핵심적인 이유는 DRM이 걸려 있지 않아 개인이 소장한 음악파일을 자기 폰을 통해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내장 메모리가 64MB로 15곡 정도밖에 저장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장용량을 제외하고는 다른 제약이 없었다는 바로 그 점에 소비자들이 반응한 것이었다.

LG전자의 MP3폰 'LP3000' 모델

물론 음악저작권단체들의 반발은 거셌다. 이들 단체가 문제 삼은 것은 MP3폰에서 '무료 MP3 파일을 재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음악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들은 무료 음악파일을 들을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불법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간주했다. 그래서 LG텔레콤이 운영하는 음악서비스에 음원공급을 전면 중단하는 한편, 불매운동과 법정 소송을 전개하겠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분위기가 험악하게 굴러가자 문화부와 정통부가 중재자로 나섰다. 그리고 정부의 주선으로 저작권단체, 휴대폰 제조사, 이동통신사가 참여하는 '협의체'가 만들어졌다. 물론 LG텔레콤의 경쟁사인 KTF와 SKT도 이 논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해 7월 1일 이통사간 '양방향 번호이동성 제도'를 앞두고 MP3폰을 앞세운 LG전자의 가입자 유치 전략이 제법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머지 두 회사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합의 무산
당시 저작권단체들이 애초에 내건 협상안은 두 가지로 '무료음악파일의 재생 가능시간을 48시간으로 제한', '64kbps 이하의 낮은 음질 제공'이었다. 협상과정을 거치며 48시간은 72시간으로 연장되면서 타결되는 듯했으나 LG텔레콤이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협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협의체를 탈퇴하면서 2004년 5월말에 협의체는 해산하고 만다.

양대표는 당시 저작권단체들의 요구 자체가 무리였다고 말했다.

"저작권단체들의 요구 자체가 애당초 무리였습니다. 기계에다가 잠금장치를 다는 행위는 소비자들이 매우 예민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제조사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때만 해도 멜론이 만들어지기 전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휴대폰에 사용할 만한 공식화된 DRM 자체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란 거죠. 통신사 입장에선 저작권단체들의 요구가 황당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미국에서도 기계에 DRM을 부착하려는 시도가 실패하다
1990년대 말 미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1998말에 설립된 SDMI(Secure Digital Music Initiative)라는럼에서 컴퓨터에 '디지털 잠금장치'를 장착하려다 실패한 이야기다. 이 포럼에는 주요 음반회사, 가전기업, 컴퓨터제조사, 보안기술회사, 인터넷서비스제공사(ISP) 등 200여 개 회사와 기관이 참여하고 있었다.

이 포럼의 목표는 '새로운 디지털 음악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디지털 음악의 재생, 저장, 유통을 보호하는 기술 규격'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디지털 음악을 다루게 될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그리고 각종 디지털 가전제품에 적용시킬 보안 표준을 만들기 위한 조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포럼에 참여한 전자기업들이 표준이 만들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포럼은 결국 2001년에 문을 닫았다. 당시 SDMI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결론이 공표됐다.

SDMI 정기회의에서 모든 요소들을 고려해본 결과, 제안된 기술을 채택할 정도의 동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발견했다. 따라서 2001년 5월 18일자로 SDMI는 잠정적 폐쇄를 선언하며, 향후 기술 동향을 평가하고자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포럼에 참여했던 메이저 음반사들은 일정한 표시가 부착되지 않은 콘텐츠의 전송과 다운로드를 막는 잠금 장치를 전자제품 업계가 자사 컴퓨터와 CD버너 제품에 자발적으로 부착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전자제품 업계가 그 제안에 협력하지 않은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소비자들이 그렇게 잠금장치가 설치된 컴퓨터와 관련 기기를 구입하기를 꺼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 포럼에 참여하고 있던 유력한 전자제품 회사 중 하나는 음반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던 소니(Sony)였다. <음악산업의 미래(The future of music business)>를 쓴 스티브 고든은 이 포럼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전자제품 회사들이 콘텐츠의 권리를 가지고 있던 기업들(음반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소니뮤직의 모회사인 소니는 컴퓨터와 공CD, 그리고 음악을 기록하고 복제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디지털 기기를 제조하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따라서 소니 뮤직의 임직원들이 모회사의 이윤을 저해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자고 강력하게 주장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짐작은 쉽게 할 수 있다.

DRM 논쟁에서 슬그머니 발을 뺀 LGT
다시 2004년 국내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LGT는 DRM이 없는 MP3폰을 먼저 내놓음으로써 회원을 유치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봤다. 그러나 협의체가 무산됐다고 해서 당시의 갈등상황이 종결된 것은 아니었다. LG텔레콤이 합법적인 음악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저작권단체들과 협상하지 않으면 안 됐기 때문이다. 

LG텔레콤이 저작권 단체들과 협상에 성공한 것은 같은 해 11월말이었다. 협상 내용은 '100억원의 음악산업 발전기금을 내는 대신 더 이상 LG텔레콤의 MP3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더불어 '뮤직온'에 150만곡의 음원을 제공하며 2005년 6월까지 무료서비스를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LG텔레콤이 자사 MP3폰에 DRM이 걸려 있지 않다는 사실을 더 이상 마케팅 포인트로 생각하지 않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권리자들과의 원만한 협상을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SK텔레콤과 KTF의 폐쇄적 DRM 정책이 생각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LG텔레콤은 언제부턴가 경쟁 통신사와 똑같은 방법으로 휴대폰에 폐쇄적인 DRM을 적용했다. 

"당시 저작권단체들은 LG의 MP3폰이 불법 다운로드를 조장하고 시장을 위축시킨다며 법정 공방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가 법정으로 갈 경우에는 100% LG텔레콤이 이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LG텔레콤은 소비자들에게 제법 크게 어필했던 'DRM-free 휴대폰'을 계속 고집하는 대신 저작권단체들과의 협상을 통해 '뮤직온'이라는 자체 음악서비스를 론칭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이 방법이 새로운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더 보탬이 된다고 판단했겠지요."

하지만 LG텔레콤의 뮤직온 모델은 기대했던 것만큼 그렇게 성공적이지는 못했던 것 같다. 경쟁 통신사들보다 한 발 앞서서 저작권단체들과 협상을 마무리 짓고, 6개월 무료 음악서비스라는 획기적인 상품도 이끌어냈지만, DRM-free MP3폰을 출시했을 때만큼의 시장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뮤직온은 일정한 수준에서 명맥만 유지해오다가 2009년 12월에 엠넷미디어의 엠넷닷컴과 통합되면서 그 이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엠넷닷컴과 뮤직온이 통합했으나 뮤직온 브랜드는 사라졌다.

DRM 논쟁을 적극 활용한 SKT
LG텔레콤이 뮤직온을 한창 준비할 즈음인 2004년 11월 SK텔레콤은 '멜론'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았다. 기존에 네이트와 휴대폰을 연결한 음악서비스를 정비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SK텔레콤은 과감하게 휴대폰에도 잠금장치를 설치하는 정책을 펼쳤다. '멜론'에서 다운로드 받은 음악파일이 아니면 SKT폰에서는 거의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앞서 밝힌 대로 기계에다가 잠금장치를 다는 것은 소비자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도 이같은 시도를 하다가 전자제품 회사의 비협조로 수포로 돌아간 적이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이러한 위험을 무릎쓰고 '폐쇄적인 DRM 정책'을 관철시켰다. 어디에 믿는 구석이 있었던 것일까?

"SK텔레콤은 이미 가입자를 상당히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객을 자기네 울타리에 '가두는 게' 제일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겁니다. 그리고 잠금장치 때문에 발생하는 소비자의 반발여론은 음악 권리자들을 핑계로 얼마든지 잠재울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가 자기 돈 내고 구입한 기계의 사용권까지 제한하는 강력한 DRM을 줄기차게 요구한 장본인이 바로 음악권리자였기 때문입니다."

양대표는 권리자와 권리자단체들이 SK텔레콤에게 유리한 폐쇄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신상품이 나왔다고 할 때, DRM이 없는 것은 기본이고, 여러 가지 다양한 DRM 음악파일도 지원되는 플레이어가 나왔다고 해야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습니까? 신상품은 신상품인데 다른 건 다 안 되고 특정 DRM 음악파일만 재생되는 플레이어가 이번에 새로 나왔다면, 어떤 소비자가 그 제품을 납득하겠습니까? 그러나 SK텔레콤은 기존 가입자를 상대로 이 상품을 강매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권리자들의 강력한 요구를 방패막이 삼아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했던 것이죠."

이런 비판여론을 의식했는지 SK텔레콤도 개인이 소장한 음악파일을 SKT폰에 전송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한 적이 있다. 개인 PC에서 휴대폰으로 음악파일을 전송할 때 DRM을 입히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이런 조치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어땠을까?

"욕을 많이 먹었죠. SK텔레콤은 그 솔루션을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제공한 게 아니라 아니라 철저하게 마케팅 툴로 활용했습니다. 이를테면 한 번에 한곡씩만 변환할 수 있게 제약을 두고, 변환하는 과정에도 여러 단계를 둬서 서너 차례 이상 클릭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멜론에 가입하면 이런 불편함 없이 편안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뜨는 식이죠. MP3파일에 DRM을 입히는 게 매우 간단한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불편하게 만들어서 소비자들이 멜론에 가입하도록 유도한 겁니다."

SKT, 권리자가 되다
더구나 SK텔레콤은 '멜론' 서비스를 시작한지 6개월 뒤인 2005년 5월에 당시 국내 최대 음반유통사였던 YBM서울음반을 전격 인수했다. 서비스사업자는 제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권리자들에게는 항상 '을'이 될 수밖에 없는데, SK텔레콤은 서울음반을 통해 단번에 '갑'의 자리에 올라섰고, 나머지 권리자들과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

그 결과는 앞서도 언급한 바 있듯이 '불합리한 수익분배 구조'였다. 오프라인 음반시장에서 제작자가 전체 수익의 60% 가까이를 가져가는 데 비해 이통사가 주도하는 모바일 음악시장에서는 25% 정도밖에는 분배되지 못하고 있다.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개발자에게 수익의 70%를 분배하고, 구글이 자사 이북 시장에서 수익의 60%를 출판권리자에게 분배하는 것과 비교해도 턱 없이 적은 비율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시장 모순은 모바일시장이 막 형성되던 시점부터 줄기차게 문제제기 되어 왔지만, 지금도 바뀌지 않고 있다.

권리자들은 이런 상황을 미리 예측하지 못했던 것일까?

"소리바다와 권리자들이 한창 소송을 벌일 때 제가 여러 차례에 걸쳐 권리자들에게 소리바다보다 이통사를 더 조심해야 한다고 말씀 드린 적이 있습니다. 사실 권리자들이 오랜 시간 동안 소리바다와 소송을 벌여 얻은 것은 거의 없습니다. 온라인 시장 자체가 형성되기 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바일 시장은 달랐습니다. 당장 큰 액수의 매출이 발생할 수 있는 시장이었고, 발전 가능성 또한 매우 컸습니다. 그런데 통신사들이 하는 대로 그냥 내버려뒀다가는 얼마 안 있어 그들이 음악시장 전체를 장악하게 될 것이 명약관화했습니다."

하지만 권리자들은 이통사의 음악서비스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대한 태도를 취했다.

"당시 권리자들은 소리바다에 대해서는 상당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이통사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분배율이 얼마가 됐든 당장은 돈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통사가 나눠주던 그 금액이 CD 시장에서 줄어든 액수를 메우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다는 데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이 음악을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진 만큼 균형 있는 수익확보 방안을 고민했어야 했는데, 모바일 음악시장을 너무 쉽게 생각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양대표는 당시 권리자들의 선택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소리바다는 초창기부터 유료화할 의지를 가지고 있었고, 수익배분도 합리적으로 조정하려고 애썼습니다. 실제로 소리바다가 유료화됐을 때 국내에서 권리자에게 수익을 가장 많이 나눠주는 권리자 친화적인 음악서비스였습니다. 권리자들이 그때 소리바다를 조금만 더 믿어주고 힘을 실어줬더라면 지금처럼 이통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초라한 음악시장은 되지 않았을 겁니다."

DRM논쟁을 외면했던 주류 음악시장
LG텔레콤의 DRM-free MP3폰 때문에 촉발됐던 DRM 논쟁은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며 맥없이 종적을 감췄다. 이후에는 디지털음악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DRM이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라는 명제에 이의를 제기할 만한 사건도, 논쟁도 등장하지 않았다. 물론 소리바다는 끈질기게 DRM 무용론을 주장했다. 그러나 주류 음악시장은 물론 정부까지도 소리바다의 외침에는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는 스티브 잡스가 2007년 2월에 DRM 철폐를 주장한 공개편지를 발표했을 때도 흔들리지 않았고, 소니가 4대 음반사 중 마지막으로 DRM-free 서비스에 참여했던 2008년 1월에도 요지부동이었다. 논리는 간단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사정은 다르다'는 것이었다. 좀 더 부연설명하자면, 미국은 아이튠즈를 중심으로 온라인 음악시장이 상당히 자리잡은 반면, 한국은 불법 다운로드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기 때문에 미국처럼 DRM-free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었다.

이런 논리는 2008년 2월 문화부가 DRM-free 음악서비스에 대한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을 승인했을 때도 그대로 적용돼 제법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정부가 DRM-free 음악서비스를 승인해줬기 때문에 불법 다운로드가 기승을 부리고, 기존의 합법 음악시장(폐쇄적 DRM 음악시장)은 위축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DRM-free 상품 출시에는 재빨라
그러나 징수규정이 통과한지 반년이 채 지나기 전에 국내 거의 국내 온라인음악서비스는 DRM-free 음악상품을 일제히 출시했다. 그것도 구색 맞추기용이 아니라 핵심 전략상품으로 전면 배치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입장이 왜 갑자기 돌변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단 한 마디도 없었다. 왜 그들은 DRM-free 상품이 출시되는 순간 국내 온라인 음악시장이 다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다가 일제히 얼굴색을 바꾸고 DRM-free 상품을 파는 데 올인한 것일까?

"그때 이미 국내 온라인음악시장은 한계에 다다라 있었습니다. 폐쇄적 DRM이 고객의 이탈을 막아 자사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됐을지 몰라도 시장 전체의 크기를 키우는 데는 거의 기여하지 못했거든요. 그분들도 자기 명분 때문에 DRM-free를 반대했겠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는 서비스 모델이었다는 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국내에서는 DRM-free에 대한 논쟁이 거의 금기시돼 있어서 이 부분과 관련한 실증적인 조사나 연구가 진행된 적이 없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제법 많이 생산하고 있었다. 미국의 온라인미디어 전문 조사업체인 빅샴페인(BigChampagne)의 조사결과 하나를 소개해본다.

DRM-free 상품과 불법 다운로드는 별개
빅샴페인은 EMI가 2007년초에 '아이튠즈 플러스'를 통해 DRM-free 음악상품을 출시한 이후 EMI 음악콘텐츠의 유통경로를 집중적으로 추적한 적이 있다. 빅샴페인의 CEO인 에릭 갈란드는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EMI의 DRM-free 상품이 출시된 이후 P2P 사이트의 트래픽 변화는 거의 의미 없는 수준이었고, 아이튠즈에서 DRM-free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와 P2P 사이트에서 음악파일을 업로드 하는 사람은 거의 겹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애플의 DRM 때문에 P2P를 통한 불법 다운로드가 영향을 받았다(줄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기사내용 보기).

이러한 결과는 한 마디로 'DRM-free 상품이 P2P를 통한 불법 다운로드와는 무관하다'는 것이었다. 국내 음악권리자들이 수년간 주장해온 'DRM이 없는 음악파일이 시중에 유통되면, 소리바다 등의 P2P를 통해 불법 다운로드가 창궐할 것'이라는 전망과 정면으로 배치될 뿐더러 'SK텔레콤 등에 적용되는 폐쇄적인 DRM이 저작권을 보호하고 음악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주장 또한 근거가 매우 부실한 것으로 밝혀주고 있다.

"DRM이 없는 음악파일이 유통되면 불법 다운로드가 창궐할 것이라는 논리는 조금만 생각해봐도 엉터리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공개편지에서 지적했듯이 세상에는 이미 DRM이 전혀 적용되지 않은 CD가 충분히, 또 합법적으로 깔려 있습니다. 이들 CD에서 그 어떤 잠금장치도 달려 있지 않은 MP3 음악파일을 추출하는 것은 매우 쉽고 간단합니다. 그런데 이런 어마어마한 가능성은 그대로 놔둔 채 DRM만 입히면 저작권 보호가 자동적으로 이뤄지고, 디지털음악시장이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게 말이 안되지 않습니까?"

폐쇄형 DRM의 종말
온라인 음악서비스에서 DRM-free 상품이 출시된지 1년여가 지난 2009년 하반기에 이르러 비로소 휴대폰 시장에서 DRM이 해제된 상품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신호탄은 KT와 LG텔레콤에서 출시된 뉴초콜릿폰이었다. 2004년에 DRM이 없는 MP3폰이 처음 출시된지 5년만에 다시 DRM이 없는 휴대폰이 등장한 것이다. 

5년만에 DRM-free 휴대폰 시대를 연 '뉴초콜릿폰'

그러나 SK텔레콤에서 출시된 뉴초콜릿폰에는 여전히 DRM이 적용되어 있었다. 시장에서 여전히 우월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던 SK텔레콤으로서는 DRM을 굳이 포기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아이폰이 국내 시장에 등장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갖가지 제약을 통해 소비자를 가두기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며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제공하는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에 국내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그동안 이통사의 말도 안되는 매트릭스에 갇혀 눈과 귀가 멀어 있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 천하의 SK텔레콤도 아이폰이 불러일으킨 변화를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SK텔레콤은 지난 1월에 '무선인터넷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종합계획'을 발표한다. 여기에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200만대 판매 △독자적인 와이파이(Wi-Fi)망 구축 및 일반폰에까지 적용 확대 △DRM이 해제된 휴대폰 단말기 25종 출시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DRM이 해제된 휴대폰은 2010년 3월달에 출시될 예정이다.

격세지감이라고 해야 할까. 소비자의 갖은 불만을 귓등으로 흘려보내던 SK텔레콤이 아이폰 '한방'에 정책을 바꿨다. 소비자를 상대로, 정부를 상대로 'DRM이 없으면 음악시장이 발전할 수 없다'고 주장하던 그들이 하루 아침에 DRM을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왜 DRM 정책을 바꾸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눈을 씼고 봐도 찾을 수가 없다. 과거에는 필요했는데 지금은 필요 없어진 것인지, 과거에도 필요 없었는데 굳이 필요하다고 우긴 것인지, 어떤 이유와 배경이 작용한 것인지 해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지난 6년여의 시간 동안 한국의 소비자와 음악시장 구성원 모두는 DRM이라는 족쇄를 차고 있어야 했다. 검증되지도, 확인되지도 않은 '주장'에 갇혀 소비자의 편의성은 마구잡이로 제한됐고, 정부의 정책은 일방적인 편들기로 점철됐다. 그렇게 해서 과연 한국의 음악시장은 발전했나? 그렇지 못했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 오랜 시간 동안 DRM에 목을 메달았을까?

(다음은 '살아남기 위한 소리바다의 몸부림'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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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괴나리봇짐 괴나리봇짐
2010.02.22 18:19 소리바다이야기
[소리바다이야기⑩] 징수규정 승인 과정에 나타난 대기업 편들기

소리바다는 탄생 때부터 음악시장을 뒤흔든 빅이슈였기 때문에 정부 또한 이를 모른 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정부가 소리바다 관련 분쟁에 개입한 첫번째 행동은 '세미나 개최'였다. 앞선 내용에서 밝혔듯이 소리바다의 양정환 대표 또한 정부 또는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 개최한 다양한 세미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합의점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

초창기 정부의 최선책은 세미나?
그러나 당시 세미나의 생산성을 그리 높지 않았다. 음악제작사와 소리바다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수준이었지, 정부가 이 간극을 좁힐 만한 대안은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0년 5월 소리바다 서비스가 시작되고 나서 2002년 7월 소리바다 서비스 중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기까지 2년 여 시간 동안 온라인 음악서비스 시장에 대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좀 야박하게 표현한다면, 2000년대 초반 '세미나'의 형태를 빌린 정부의 어설픈 개입은 그야말로 아무런 결과물이 없는 할리우드 액션으로 끝나고 말았다. 뜨거운 이슈이다보니 다루지 않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소비자와 음악제작사 사이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대안을 내놓기도 위험하고, 그런저런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행동의 폭이 거기까지였다고 보여진다.

온라인음악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2002년 7월 소리바다에 대한 법원의 최초 판단이 내려지고 나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그 최초의 결과물은 2003년 3월에 문화부가 발표한 '인터넷 음악서비스 유료화 가이드라인'이었다. 가
이드라인의 핵심내용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개인당 월정액 2,000원, 다운로드는 곡당 신곡 600원, 구곡 300원으로 책정하고, 수익 분배는 제작자에게 25%가 돌아가게 하는 것이었다.

갈등 격화를 불러온 2003년 유료화 가이드라인
정부의 개입 시점을 봐도 그렇고, 당시 문화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의 내용을 봐도 그렇고, 이러한 정부의 유료화 정책은 철저하게 음악제작사의 이해관계에 근거해서 만들어졌다. 문화부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가이드라인에 맞춰 정상적으로 징수되면 1년에 860억원이 걷힐 것으로 추산했고, 이로써 줄어든 'CD판매량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거라고 전망했다. 다시 말해서 인터넷 음악시장 유료화의 목표에서 소비자의 입장은 철저히 배제됐고, 오로지 '제작자의 손실분을 벌충'하는 것만이 기준이 된 것이다.

여기서 소리바다측이 다양한 세미나를 통해 제시했던 '자발적인 포괄적 라이선스(Voluntary Collective Licensing) 방식'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포괄적 라이선스란 권리자가 서비스사업자에게 일정한 조건만 맞으면 자유롭게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으로 방송보상금이 대표적인 사례이고, 노래방의 저작권사용료도 이 방식을 따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방송 외에도 나이트클럽, 호텔, 헬스클럽 등의 공공장소에서도 이 방식을 이용해 저작권료를 징수하고 있다.

이처럼 포괄적 라이선스 방식이 채택될 경우에는 '소비자 가격'이 매우 융통성 있게 책정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합법적인 무료 음악서비스도 가능해진다. 마치 소비자들이 방송으로 음악을 들을 때 따로 돈을 내지는 않지만, 권리자에게는 일정한 보상이 돌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정부는 포괄적 라이선스 모델에 대해서는 완전히 눈과 귀를 닫아버렸다. 그리고 '줄어든 CD 판매량을 어떻게 하면 매워줄 수 있을까'만 고민했다. 
그리고 이 정책은 역설적이게도 '인터넷 음악시장의 정상화'가 아니라 '인터넷 음악시장 갈등의 격화'를 불러왔다. 왜냐하면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당시 '권리자' 위치에 있던 다수의 메이저 음악제작사들이 앞다퉈 인터넷음악서비스 사업에 뛰어들었고, 그 결과 갈등 관계에 있던 기존 인터넷음악서비스 사업자들과는 수직적으로 권리를 팔고사는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으로 경쟁하는 관계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이후 소리바다는 일부 권리자와 합의해서 만든 모델인 '소리바다3'에서도 실패를 경험했고, 심지어 권리자 단체인 음제협과 합의해서 만든 모델인 '소리바다5'에서도 좌절을 맛봐야 했다. 이처럼 소리바다는 권리자와의 접점을 지속적으로 넓혀가면서 합의의 틀을 만들어가려고 나름 애를 썼지만, 이해 관계가 복잡해진 일부 메이저 권리자들은 소리바다와의 합의보다는 소리바다의 서비스폐쇄를 강력하게 원했던 것이다.

정부 개입의 결정판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또 하나의 정부 개입 사례로 2008년 2월에 발표된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음악저작물 사용자 징수규정’(이하 징수규정)이란 정부가 지정한 음악저작물 신탁단체가 자기 단체의 음악저작물을 이용하는 사업자에게서 사용료를 징수하기 위해 만든 규정을 가리킨다여기서 이용이라 함은 음악을 공연방송복제전송하는 행위가 포함되는데이처럼 음악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업자는 반드시 신탁단체와 이용계약을 체결하도록 되어 있다

소리바다는 2006년 2월 음제협과 과거 보상금과 서비스 유료화를 합의한 이후 2006년 5월에 나머지 신탁단체인 음저협과 예단연과도 같은 내용의 합의를 성사시켰다. 그리고 이들 3단체와의 징수규정은 이듬해인 2007년 1월과 2월 사이에 합의를 이루게 된다. 이때 소리바다의 요금은 최초 유료화 때보다 1,000원이 인상된 월정액 4,000원이었다. 음저협과 음제협 등 2단체는 합의안을 바탕으로 4월경에 문화부에 심의안을 제출한다. 이때 제출한 심의안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다.

<신탁 3단체의 'P2P 음악서비스' 관련 징수규정>

ㅇ 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
  제23조의 5 (P2P 음악서비스)
  P2P기반 음악다운로드 서비스의 사용료는 다음 중 많은 금액으로 한다.
    (1) 월 400원 X 이용자수 X 음악저작물 관리비율(전체 유통음원 중 협회 관할 음원의 비율)
    (2) 매출액 X 10% X 음악저작물 관리비율 

ㅇ 음원제작자협회(음제협)
  제8조 (P2P 음악서비스)
  P2P기반 음악다운로드 서비스의 사용료는 다음 중 많은 금액으로 한다.
    (1) 월 1,800원 X 이용자수 X 음악저작물 관리비율
    (2) 매출액 X 51.5% X 음악저작물 관리비율 

이때 제출된 징수규정의 가장 큰 특징은 조항에 'P2P 음악서비스'가 명시됐다는 점이다. 당시만 해도 P2P에서 저작권보호가 가능한지 여부가 논란 거리였고, 그래서 일각에서는 P2P 자체를 불법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던 만큼, 정부가 승인한 문건에 P2P 음악서비스가 명시됐다는 것은 P2P가 명실상무한 합법서비스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용적으로 보면 저작권자에게는 매출액의 10%, 제작자에게는 매출액의 51.5%가 돌아가게 되어 있다. 이 징수금액은 당시 멜론 등 '유무선 연동 기간 정액제 서비스'의 징수금액이었던 매출액의 8.2%(저작권자)와 40%(제작자)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었다. 

저작권위원회 심의는 무난히 통과했으나...
저작권 신탁단체와 소리바다가 합의하여 문화부에 제출한 징수규정은 문화부 산하 저작권 관련 심의 전문기관인 저작권위원회로 넘겨져 2007년 6월 5일에 무난히 통과했다. '소리바다5'의 월정액 4,000원 서비스가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징수규정이 저작권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디발협(디지털음악산업발전협의회)를 중심으로 강력한 반발이 일어났다. 디발협 소속사도 아니었던 SK텔레콤의 신원수 콘텐츠사업본부장과 디발협의 좌장격이었던 방극균 예전미디어 대표는 당시 저작권위원회 1분과(음악 부문 심의) 위원장을 맡고 있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을 직접 방문해 항의했고, 디발협 소속 실무자들은 저작권위원회 담당자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로비를 펼쳤다.

이에 저작권위원회측은 6월 18일에 추가심의를 결정하고, 디발협과 소리바다로부터 두 달간에 걸쳐 각각 두 차례씩 의견을 청취했다. 그러나 심의 결과가 뒤바뀌진 않았다. 저작권위원회는 2007년 9월 7일에 원안대로 징수규정 개정안을 승인했고, 그 결과를 9월 10일에 문화부에 통보했다. 당시 저작권위원회가 문화부에 통보하면서 첨부한 심의 결과는 아래와 같다.

저작권위원회가 문화부로 보낸 공문(출처 : 아이뉴스 24)

<2차 심의 통과시 저작권위원회의 의견(2007년 9월 7일)>

이용자와 신탁관리단체가 협의하여 저작물의 이용조건을 정하는 사용료징수규정 또는 그의 개정안에 대한 심의에 있어서는 그 합의의 성립과정에 어떤 하자가 있는가 혹간 위법한 행위가 개입한 사실은 없는가 하는 등의 사항과 법령 등에서 요구하고 있는 사항 등 적법성 여·부를 조사대상으로 하는 바,

본 위원회 제3차 제1분과위원회에 부의된 P2P 서비스 관련 사용료징수규정 개정안의 심의에 관해서는 해당P2P 서비스 제공자가 저작권법 제104조에서 요구하고 있는 면책조건(필터링 설치)을 갖추고 있는가 여·부와 신탁관리단체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부당하게 과중한 요율을 정하는 등 음원의 권리자(저작권자인접권자)들과 이용자간의 합의과정에 불공정하거나 부적법한 행위가 개입한 사실이 있는가 여·부라 할 것임.

해당 P2P 서비스 업체의 필터링의 성능에 관해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음악파일의 97%가 검색되어 그의 필터링의 성능이 매우 저조한 것(2~3%정도만 필터링 가능)으로 문화관광부의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으나이는 해당 업체가 전체 음원의 97% 정도를 권리자들과 이용계약을 체결하였기 때문에 그 음원들에 대하여는 필터링을 해제해 놓은 상태이고 권리처리가 안된 나머지 2~3%의 음원에 대해서만 필터링을 걸어 놓은 결과외부적으로는 필터링의 성능이 2~3%밖에 되지 아니한 불량한 것으로 오인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또한 P2P 음악서비스 관련 3개 권리자 단체의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한국음악저작권협회 사용료징수규정 제23조의 5; 한국음원제작자협회 시용료징수규정 제8한국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 사용료징수규정 제8)은 그 성립과정을 살펴보면 당사자들 간에 원만히 협의한 합의서에 기초한 것으로서 합의과정에서 불공정하다거나 불법한 행위가 개입한 사실 등 법령에 위반되는 부당한 행위를 한 사실이 발견되지 아니하여 개정안에서 정한 사용료징수규정을 유지해도 무방할 것으로 생각되고,   

한편 사용료 지급방식이 정액제이어야 하는가 종량제이어야 하는가또는 무제한 다운로드를 허용해도 되는가 아니되는가, DRM을 당장 입혀야 하는가 아니한가 등은 권리자의 처분의 자유와 당사자 자치에 맡겨진 사항이라 할 것이고본 위원회 또는 제3자가 그에 대하여 간섭하는 것은 당사자 자치의 원칙상 정당하다고 볼 수 없고 또한 효율적인 해결방법이라고도 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됨.

승인을 미루는 사이 내려진 서울고법 판결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지 문화부는 저작권위원회에서 넘어온 심의 결과를 승인하지 않고 한 달 여 동안 시간을 끌었다. 그 대신 문화부는 그 동안에 두 차례에 걸쳐 P2P 서비스에 대한 필터링율을 조사해 발표했다. 그것도 앞서 밝혔듯이 부실하기 짝이 없는 방식으로. 그리고 정확하게 한 달 뒤인 10월 10일 소리바다는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가처분 판결'을 받는다. 소리바다에게는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의 결정적인 패소 판결이었다.

소리바다 관련 징수 규정이 저작권위원회에서 배회하는 사이, 그리고 문화부로 넘어가 책상 서랍에 묵혀 있던 사이, 소리바다는 법원의 판결 앞에 서야 했던 것이다.

만약 문화부가 승인을 미루지 않고 9월 안에 마무리 지었다면, 판결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 아니, 저작권위원회가 6월에 추가 심의를 결정하지만 않았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현실은 마치 누군가에 의해 짜맞춘 듯이 꼬여갔고, 결국에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한데 뭉쳐져 소리바다의 결정적인 패소 판결을 빚어냈다.

차일피일 미뤄진 징수규정 승인
한편 징수규정 승인을 의뢰한 당사자인 음저협과 음제협은 10월 11일과 12일에 돌연 문화부에 '징수규정 승인 보류 신청' 공문을 보낸다. 이때 업계에서는 문화부 담당자가 저작권위원회로부터 승인안이 넘어오자마자 신탁단체들을 종용해서 승인 보류 신청 공문을 보내게 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상식적으로 볼 때 당사자인 신탁단체와 소리바다가 합의했고, 또 정부가 위탁한 전문기관인 저작권위원회가 승인한 징수규정을 한 쪽 당사자일 뿐인 신탁단체가 상대방과의 합의도 없이 정부에다가 승인 보류를 신청할 까닭은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화부는 12월초 음저협이 승인보류 신청을 철회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을 때 이를 묵살했다. 묵살한 이유는 새로운 징수규정안을 음제협에서 만들고 있으니 기다리자는 것이었다.

당시 이러한 문화부의 일방적인 행태를 비판한 정치인은 민주노동당의 천영세 의원이었다. 문화관광위원회 소속이던 천의원은 문화부의 징수규정 관련 움직임이 '배타적인 독점권을 남용해 소비자들의 피해를 낳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천의원의 발언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기사 전문을 소개해본다.

'문화부는 업자편?' 음원사용료규정 은폐 '파문'

문화관광부가 디지털음원 사용료 징수규정을 만들면서 소비자들인 국민을 위한 정책을 구하기 보다는 저작권단체들의 배타적 독점권에 휘둘려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낳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또한 문화관광부가 디지털 음원 사용료 징수규정과 관련 저작권위원회의 결정을 사실상 무시해 지난해 10월 서울고등법원의 소리바다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문화부는 사용료 징수규정을 만드는 과정에서 저작권단체들의 배타적인 독점권에 휘둘려 디지털 음원에 대한 요금 인상 등 소비자 피해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천영세 의원은 23일 문화부가 제출한 자료를 살펴본 결과, "음악저작권3단체가 지난 해 4월과 6월 소리바다 P2P 서비스에 대한 사용료 징수규정을 문화관광부에 제출했고저작권위원회는4차례에 걸쳐 심의한 뒤 이를 통과시켰지만 문화부는 이를 공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저작권위원회가 문화부장관에게 심의결과 처리 공문을 보낸 것은 9 10그러나 문화부는 관련 이해 당사자들의 문제제기가 있다는 이유로 이를 공표하지 않고 있다가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새로운 사용료 징수규정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문화부 저작권위원회 결정 무시는 '부적절'
천영세 의원은 "문화부에 문제를 제기한 곳은 애초에 징수규정안을 제출한 음악저작권 단체들인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하지만자신들이 낸 징수규정안이 심의가 종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문제제기를 해 이를 유보시킨 것은 현행 법상 배타적 지위를 보장받고 있는 음악저작권단체들의 우월적 지위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법에 의해 저작권위원회의 전체회의까지 거쳐 확정된 사용료 징수규정에 대해 4달 가까이 방치하고 있다 이해 단체 요구라는 이유로 새로운 개정안을 공시한 문화부도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문화관광부의 승인권은 음악저작권 3단체의 의견이 갖고있는 사회적 영향력 등을 중립적으로 판단하는 균형자 역할을 하라는 것이지 일방의 입장만을 반영하라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문화부소리바다 법원 판결에도 영향미쳐
문화부가 천 의원실에 제출한 문서에 의하면 문화부가 9 10일 공문접수 이후 시간을 끈 사실이 고등법원의10 10 '소리바다5'에 대한 저작권 침해 방조 판결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부가 저심위가 결정한 사용료징수규정에 대한 승인과 공표를 미뤘기 때문에 법원이 소리바다 서비스가 저작권리자들과 합의 계약된 서비스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판결하게 됐다는 말이다.

실제로 저작권위원회가 문화부 장관에게 보낸 공문에 따르면 소리바다 사용료징수규정에 대한 심의이유를 밝히는 부분에서 "문화부 홈페이지에는 음악파일의 97%가 검색돼 필터링 성능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게시돼 있지만이는 해당업체(소리바다)가 전체 음원의 97%정도를 권리자들과 이용계약을 체결한 상황에서 권리처리가 안된 나머지 2~3% 음원에 대해서만 필터링을 걸어놓은 결과 외부적으로 성능이 2~3%밖에 되지 않는 불량한 것으로 '오인'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문화부가 이를 공표하지 않으면서 고등법원은 "앞서 본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저작권보호센터의 모니터링 결과 및 신청인들이 제출한 모니터링 자료를 기초로 한 필터링 및 침해율 등에 비춰 피신청인(소리바다)의 주장을 선뜻 믿기 어렵다"라고 판결문에서 밝혔다.

◆새 징수규정사회 공론화 없어...저작권단체 독점권 제한돼야
천영세 의원은 문화부가 새롭게 의견수렴을 받고 있는 '디지털 음원 사용료 징수 규정'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논의되고 있는 사용료 징수규정이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방향으로 결정되고 있다"면서 "P2P 서비스에 대한 요금이 작게는 몇 십원에서 많게는 몇 까지 인상되는 것은 물론이고 스트리밍서비스와 싸이월드블로그 등 인터넷 배경 음악의 사용료도 대폭 인상되며음식점· 커피숍 등의 영업장에서 사용하는 음악 사용료까지 신설돼 문제"라고 비판했다

 "침체돼 있는 음악계를 단순히 음원사용료 인상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근시안적인 시각일 뿐"이라고 말하면서문화부의 저작권 정책을 비판했다. 이와함께 그는 문화부가 새로운 저작권 징수료에 대한 부과근거를 만들면서 이해당사자나 국민 등 사회적 합의를 도외시한 사실도 지적했다.

천영세 의원은 "중요한 것은 이렇게 징수되는 음원사용료가 창작자에게 제대로 배분되는가와 소비자인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인가라는 점"이라면서 "무리한 사용료 인상은 오히려 양성화할 수 있는 P2P 서비스 등을 음성화시키는 것은 물론 대다수 사용자들을 불법 다운로드로 유인하는 결과를 낳게 될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천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1일까지 문화부에 접수된 사용료 징수규정에 대한 의견제출 현황은 대규모 음반사 모임인 디지털음악발전협의회나 SK텔레콤한국음식업중앙회 등 4곳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지난12월 문화부에 접수된 음악저작권 3단체의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에는 기존에 논의된 바 없는 '서비스할인률', '연도별 차등적용율등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저작권단체들의 배타적 독점권 남용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문화부가 이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새 규정을 밀어부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08. 1. 23. 아이뉴스24 김현아 기자

기사의 내용처럼 한 차례 승인이 보류된 징수규정은 폐기처분 됐고, 새로운 징수규정은 문화부가 주도하는 분위기 속에서 새롭게 만들어졌다. 

이해 당사자가 아닌 정부가 직접 징수규정을 만들다
본래 징수규정은 '이해 당사자'인 권리자와 서비스사업자 사이에서 만들어져서 이를 문화부가 전문기관인 저작권위원회에 의뢰해 심의토록 하고, 그 결과를 받아 최종 승인하는 절차로 진행돼야 하는데, 이때 새롭게 만들어진 징수규정은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어 문화부가 신탁단체에 새로운 안을 만들어올 것을 종용하고, 그 결과를 놓고 이해당사자들 불러들여 최종 의견을 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문화부는 당시 이러한 전횡의 근거로 저작권법 105 6항과 8항을 들었다. 6항과 8항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⑥문화관광부장관은 제5항의 규정에 따른 승인의 경우에 저작권위원회의심의를 거쳐야 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기간을 정하거나 신청된 내용을 '수정하여 승인'할 수 있다.
⑧문화관광부장관은 저작재산권자와 그 밖의 관계자의 권익보호 또는 저작물 등의 이용 편의를 도모하기 위하여 필요한경우에는 제5항의 규정에 따른 '승인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당시 문화부의 임의적인 '수정 또는 변경 승인'은 과연 적절했을까? 추가심의를 거쳐 두 차례나 심의를 통과한 징수규정에 과연 어떤 큰 결함이 있었기에 문화부가 직접 팔을 걷어부치고 징수규정을 새로 써내려 갔을까? 저작권위원회가 넘겨준 징수규정이 저작재산권자와  그 밖의 관계자의 권익보호에 어떤 큰 해를 끼쳤기에, 그리고 저작물 등의 이용편의를 도모하는 데 얼마나 장애가 되기에 문화부는 내용을 송두리째 '변경'한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해 문화부가 속시원하게 설명해준 적은 없다. 문화부의 논리는 간단했다. "저작권 신탁단체 스스로 징수규정안을 철회했고, 그래서 새로운 징수규정을 만들게 됐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정부가 그 사이에 어떤 고민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문화부 산하기관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음악산업팀은 2007년 6월에 추가심의가 결정되자마자 <P2P정액제서비스에 대한 신탁단체 사용료징수규정에 관한 타당성 분석>을 주제로 연구용역을 진행한 적이 있다. 진흥원 담당자는 당시 보다 객관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모대학 경제학과 교수에게 연구용역을 맡겼다.

징수규정 수정을 위해 연구용역 진행
당시 이러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게 된 배경은 '저작권위원회를 1차 통과한 징수규정안이 업계(디발협)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니, 징수규정 수정을 위한 논리적인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징수규정 수정을 전제로 하고 연구용역을 진행한 것이었다.

그러나 연구결과는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소리바다 관련 징수규정안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파괴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나왔다. 특히 연구의 말미에는 신탁단체가 과도하게 소비자가를 규제하는 것이 오히려 위법일 수 있다는 취지의 결론도 내리기까지 했다. 당시 콘텐츠진흥원 담당자가 연구결과를 요약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 내용은 그대로 문화부에도 보고됐다.

P2P 정액제 서비스 징수규정 타당성 분석 검토 결과(2007년 9월 4일)》

 P2P 쏠림현상 예상
  • 소리바다의 정액요금제( 4,000/DRM-free)가 일반OSP의 정액요금제( 5,000/기간제DRM)에 비해 경쟁력 높다고 평가되기 때문에 기존사업자들에게 일정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고기존사업자들도 향후P2P 방식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등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음
          ※ 단 휴대폰을 핵심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음악소비자군에는 폐쇄적DRM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유무선연동통합서비스가 상대적으로 편리하기 때문에 P2P서비스의 파급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

□ 서비스사업자간 혼란 불가피전체시장 판단은 어려움
  • 모든 조건이 현재와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P2P 쏠림현상은 서비스사업자간 가격경쟁을 심화시킬 것이고,그 결과 징수액 축소를 예상할 수 있음
        ※ 디지털음악발전협의회는 이런 점 때문에 ‘전체시장의 혼란’을 주장하고 있음
  • 그러나 P2P사업자의 프로모션 정도기존 불법 P2P사업자의 합법시장 참여여부에 따라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음
  • 아울러 서울음반엠넷미디어예전미디어 등을 제외한 대다수의 권리자(사업자)들이  소리바다와 이용계약을 체결한 점을 감안할 때 전체시장이 혼란에 빠진다고  예측하기는 어려움

□ 제안된 징수규정은 ‘가격차별’로 보기 어려움
  • 디지털음악발전협의회, P2P서비스가 유무선연동기간제통합서비스에 비해 우월한  서비스이지만 신탁단체가 비슷한 수준의 저작권료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가격차별’에 해당된다고 주장
  • 그러나 공정거래 판단에서 일반적으로 소비자 후생이 크게 증가할 경우에는 오히려 가격경쟁을 권장하기도 하는 바‘부당한 가격차별’로 단정하기는 어려움
          P2P서비스의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서비스품질’은 소비자의 후생을 증진시킨다고 판단할 
             수 있음

□ 신탁단체의 소비자가 규정 행위는 위법 소지가 있음
  • 저작권협회의 ‘월정이용료가 4,000원 이상인 경우월정액은 월정이용료의 10%’ 단서는  공정거래법상 금지하고 있는 재판매가격유지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음
         ※ 재판매가격유지 : 생산자(권리자)가 소비자가격을 규정하는 행위

징수규정 전면 개정 위해 대기업이 전면에 나서다
이처럼 연구용역결과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나오자 이 내용은 더 이상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징수규정안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공식화되면서 다른 이해관계에 있는 대기업들이 로비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 전에는 주로 음악제작사 중심의 디발협을 내세워 입장을 표명했다면, 이제는 소리바다의 경쟁서비스, 즉 멜론, 도시락, 엠넷닷컴 등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TF팀을 만들어 문화부의 움직임에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기업이 직접 참여한 '사용료징수규정 개정 TF팀'이 문화부에 보낸 공문서

당시 이들이 가장 힘을 기울였던 부분은 바로 'DRM-free' 상품의 파급효과를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대기업 TF팀은 저작권위원회를 통과한 애초 징수규정안 대로 서비스가 현실화된다면, 소리바다의 DRM-free 음악파일의 무제한 다운로드 상품이 월정액 4,000원에 서비스되는 반면, 멜론과 도시락 등의 폐쇄형 DRM 음악파일의 유무선 연동 음악상품은 월정액 4,500원(최초 5,000원)에 서비스돼야 하기 때문에 자사 서비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DRM-free 상품은 저작권 보호에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의 예상 피해액을 가격에 할증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반면 자사의 폐쇄적인 DRM 상품은 '저작권을 보호하고 인터넷 음악시장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할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개정된 징수규정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 먼저 저작권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했던 최초의 징수규정 개정안을 살펴보자.


2007년 9월 당시의 징수규정 개정안은 기존의 '유무선 연동 기간 정액제' 상품에 'P2P 정액제' 상품을 추가하는 방식이었다. 아랫쪽 '유무선 연동 기간 정액제'는 멜론과 도시락 등의 상품에 이미 적용되고 있던 징수규정이고, 윗쪽 'P2P 정액제'는 개정안에 새롭게 포함된 내용이다.

비교된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소리바다는 멜론보다 단위 금액이나 요율에서 훨씬 높은 징수액을 권리자에게 지불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는 1,000원이 더 싼 모델을 제시했고, 이를 권리자 단체들이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 징수규정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기존의 멜론 등의 서비스는 '권리자들에게는 적게 돌려주고 소비자들에게는 많이 받아낸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웠다. 그래서 이들 대기업은 'DRM'을 내세워 아래와 같은 새로운 징수규정안을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새로운 징수규정안은 기존의 '유무선 연동 기간 정액제'와 'P2P 음악서비스'의 틀을 완전히 없애고, 대신 DRM-free 상품이냐 아니냐를 새로운 기준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DRM-free 상품을 기준 가격으로 놓고, 곡수를 제한한 상품인지, DRM을 입혔는지를 놓고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징수규정을 만들었다.

소리바다는 배 이상 올리고, 자기 서비스는 가격 유지하고
먼저 당시 소리바다의 상품이었던 'DRM-free 무제한 다운로드' 상품의 징수금액을 대폭 올렸다. 음저협의 징수금액만 놓고 비교할 경우 최초 징수금액이 400원이었던 데 반해 개정 징수규정은 900원으로 두 배 이상을 올렸다. 그 결과 새로운 징수 규정대로 소리바다 상품을 론칭할 경우 기존 4,000원에서 무려 5,000원을 올린 9,000원으로 서비스를 해야 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대신 120곡으로 다운로드 곡수를 제한 할 경우에는 소비자가로 5,000원 정도에 서비스할 수 있는 징수금액을 책정했다. 이마저도 기존 서비스에서 1,000원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금액이었다.

반면 음악파일에 DRM을 입힐 경우에는 할인율을 적용했다. 먼저 '기간임대 DRM'(회원 가입이 된 기간 동안 음악파일을 이용할 수 있고, 탈퇴하면 자동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DRM)을 적용할 경우에는 DRM-free의 곡수제한 방식과 같은 기준가를 적용을 받고, 거기에다 복제 제한 DRM(음악 파일의 복제 가능 횟수를 제한하는 DRM)을 장착할 경우에는 추가로 20%를 할인토록 한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두 가지 DRM을 적용한 음악서비스(당시 멜론과 도시락 등에 적용되던 방식)의 예상 소비자가격은 5,050원으로 기존의 5,000원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게 된다.

결국 문화부 주도로 최종 결정된 징수규정은 '소리바다의 서비스 가격은 배 이상 올리고, 멜론 등의 대기업 서비스 가격은 현행 유지가 가능'하게 만들어줬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과연 DRM을 부착하는 것에 할인율을 적용시켜야 한다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DRM-free 상품이 비싸야 할 이유는 없었다
징수규정이 최종 확정된 2008년 2월은 해외 음악시장에선 이미 DRM-free에 대한 논쟁이 종결된 시점이었다. 2007년 1월에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메이저 음반사들에게 DRM을 풀자고 제안한지 1년만에 EMI, 유니버셜 뮤직, 워너뮤직, 소니BMG 등 메이저 4개사가 모두 DRM-free 음악상품을 제공하기로 합의했고, 실제로 아마존과 월마트 등을 통해 DRM-free 음악파일이 유통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들 음반사들이 DRM-free 상품의 가격을 더 높게 받은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아마존의 DRM-free 음악파일은 아이튠즈의 DRM 음악파일보다 더 싼 가격에 유통되기도 했다. 물론 상식적으로 DRM-free 음악파일이 더 싼 것이 맞다. 왜냐하면 DRM을 부착해야 할 경우 그 기술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원가와 유지비가 많이 드는 DRM 음악파일에는 할인율을 대폭 적용해주고, 그렇지 않은 DRM-free 파일에는 높은 가격을 매기는 정책을 채택했다. 그 이유는 앞서도 밝혔듯이 DRM-free 상품은 인터넷 상에서 무한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저작권보호가 용이하지 않고, 그래서 그만큼의 예상 피해액을 미리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DRM-free 상품이 법적으로 허용된 이후 국내 모든 음악서비스 사업자들은 DRM-free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했고, 그것도 자사 상품군 중에서도 핵심 상품으로 홍보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 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DRM을 해제하는 순간 음악시장 전체가 궤멸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 때는 언제고, 이제는 앞 다퉈서 DRM-free 상품 홍보에 나서는 모습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새로운 징수규정을 비난하고 나선 대기업과 디발협의 논리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P2P 서비스에도 적용 가능한 새로운 징수규정이 2008년 2월 29일에 확정됐다. 이 징수규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기업이 직접 로비에 나섰고, 그 결과 상당 부분 자기들 서비스에 유리한 방향으로 규정을 만들어냈지만, 정작 징수규정이 발표되자 이들 대기업과 디발협 등은 이를 맹렬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이유는 'DRM-free 음악파일의 무제한 다운로드 서비스'를 허용했다는 것이었다.

이들의 논리는 간단했다. 어떤 사람이 유료회원 가입을 해서 DRM-free 음악파일을 무제한으로 다운로드 받고 바로 탈퇴한다. 그리고 6개월이나 1년이 지나 다시 회원가입을 해서 똑 같은 방식으로 그 동안 새로 나온 음악파일을 모조리 다운 받고 또 탈퇴한다. 이런 식이 반복되면 음악시장은 매달 일정하게 매출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6개월 혹은 1년에 한번씩 매출이 발생하게 되기 때문에 전체 음악시장의 규모는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또 한 번 받은 음악파일은 무제한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친구에게 나눠주거나 다양한 기기에 음악파일을 복제해서 심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추가로 매출이 발생할 여지가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DRM 음악파일이 음악시장 발전에 기여한다는 논리도 간단했다. 어떤 사람이 기간제 DRM 음악파일을 사용하다가 회원탈퇴를 하게 되면 그 음악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그 사람은 회원가입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고, 덕분에 일정한 매출이 유지될 수 있다. 또 복제 제한 DRM 음악파일은 복제 횟수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더 많은 곳에 사용하려면 추가로 다운을 받아야 하고, 그래서 또 매출이 발생할 여지가 생긴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보면 음악시장 전체가 발전하게 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저작권료 징수액을 더 많이 할인해줘야 한다는 논리였다.

얼핏 들으면 그럴싸한 주장들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무제한 다운로드 상품에 가입한 사람은 한 번에 왕창 다운 받고 바로 탈퇴하는 방식을 반복할까?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전체 회원의 몇 퍼센트나 그렇게 할까? 그리고 DRM 음악파일을 사용하는 사람들 중 자기가 구매한 음악파일의 사용이 제한될 때 과연 순순하게 재구매하는 비율은 몇 퍼센트나 될까? 음악파일이 사라지는 게 두려워 회원탈퇴를 주저하는 사람은 또 몇 퍼센트나 될까? 소비자들은 과연 그들의 논리와 기대 대로 움직일까?

소리바다 서비스가 고스란히 포함됐던 징수규정
이들 논리의 가장 큰 맹점은 '한 번도 검증된 적이 없는 허망한 주장'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조금만 생각해봐도 소비자들이 그들의 논리대로 움직이지는 않을 거라고 예측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주장한 '1년 또는 6개월에 한 번 왕창 다운로드 받고 탈퇴하기' 방식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엄청나게 불편하고도 까다로운 행동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 않는 한 어느 누가 일부러 이런 번거로운 짓을 할 수 있을까?

추측이긴 하지만, 이런 논리들이 매우 엉성하다는 사실을 그들도 알고 있지 않았을까(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의 입장이 너무 안쓰러우니까)? 만약 그렇다면 그들이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징수규정을 비난하고 나선 이유는 다른 데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앞서 밝힌 대로 징수규정에 명시된 'DRM-free 무제한 다운로드' 상품은 다름 아닌 당시 소리바다의 핵심 서비스였다. 징수규정에 소리바다의 서비스가 그대로 소개됨으로써 결국은 소리바다의 서비스 자체가 '합법적인 음악서비스'로 인정 받게 된 것이었다. 실제로 징수규정이 발표되자마자 소리바다는 주식시장에서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시장과 소비자들은 말 많고 탈 많았던 서비스를 정부가 공인해준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새 징수규정을 비난했던 사업자들이 걱정했던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 아니었을까? 소리바다의 건재를 정부가 인정해주는 순간 자사 서비스가 입을 타격에 대해 분주하게 주판알을 굴렸던 것은 아닐까? 아무리 소리바다의 서비스 가격이 배 이상 오른다 해도 소리바다가 건재하다는 건 그들 입장에선 여전히 불편하기 짝이 없는 현실이었을 것이다.

온라인 음악상품이 천편일률적이게 된 이유
그 이유 때문이었는지 징수규정이 발표된 이후 서울음반과 엠넷미디어 등의 메이저 음악제작사들은 소리바다와 음원공급계약을 체결하는 전제 조건으로 '무제한 다운로드 상품을 포기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징수규정에서 언급된 120곡의 다운로드 곡수 제한 조건도 40곡과 150곡으로 이원화하고, 저작권료 징수액 또한 규정보다 훨씬 높게 책정할 것을 요구했다.

소리바다는 음원공급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이들의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DRM-free 음악파일 다운로드 상품은 '40곡'에 5,000원과 '150곡'에 9,000원으로, 여기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추가할 경우 각각 7,000원과 1만원으로 확정지어졌다. 

그리고 DRM-free 음악파일이 저작권 환경을 크게 훼손할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반대했던 경쟁 서비스사업자들도 바로 이 조건에 따라 경쟁적으로 DRM-free 상품을 출시했다. 이제 소리바다뿐만 아니라 이동통신사의 음악서비스에서도 DRM이 없는 음악파일을 다운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상 생산자는 서비스사업자의 소비자 가격 책정 행위에 간섭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를 '재판매 가격 유지 행위'라고 하는데, 당시 생산자에 해당하는 대형 음악제작사들은 '음원공급 계약'이라는 독점적인 권리를 내세워 소리바다의 '소비자 가격'뿐만 아니라 '상품 구성'까지 통제했다. 게다가 이들 음악제작사들은 그들이 직접 운영하거나 계열사가 운영하고 있던 경쟁 음악서비스를 통해 소리바다에 요구한 내용과 정확하게 동일한 상품을 동시에 출시하는 전략을 펼쳤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거의 모든 온라인 음악서비스는 천편일률적인 상품으로 도배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지난해 4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가격 담합' 혐의로 국내 온라인 음악서비스 대부분이 조사를 받기도 했다.

주요 음악서비스에서 천편일률적인 음악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무장해제된 소리바다
DRM이 없으면 음악시장이 당장 와해될 것처럼 소리치던 그들이 왜 태도를 돌변해 앞다퉈 DRM-free 음악상품을 내놨을까? 그것도 기존 상품에 부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핵심 전략 상품'으로 마케팅하고 있을까? 그들도 DRM이 소비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그 결과 시장이 성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벌써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다만 소리바다라는 골치아픈 경쟁자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DRM의 순기능을 필요 이상으로 과대 포장했던 것은 아닐까?

여하튼 창사 이래로 'DRM-free 무제한 다운로드'를 핵심 서비스로 고수해온 소리바다의 정체성은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며 순식간에 희석돼버렸다. 게다가 문화부의 징수규정 수정과 대형 음악제작사들과의 음원공급계약을 거치며 소리바다의 서비스 가격이 대폭 인상되면서 가격 경쟁력 또한 잃어버렸다. 결국 소리바다가 다른 음악서비스와 다른 차별성, 혹은 다른 서비스가 따라올 수 없었던 결정적인 장점들이 거의 무장해제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자. 징수규정 통과 이후 대형 음악제작사들과 음원공급계약을 맺을 때, 소리바다는 왜 무기력하게 그들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까? 소리바다만의 차별화된 장점들을 대부분 포기해야 할 정도로 당시 소리바다의 협상력은 형편이 없었던 것일까?

새 징수규정이 소리바다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다
앞서 새 징수규정의 내용을 살펴봤지만, 정부는 최소한 소리바다의 서비스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DRM-free 무제한 상품을 허용함으로써 소리바다가 제도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해준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정했던 징수규정은 소리바다의 협상력을 결정적으로 약화시켰다. 권리자 단체의 징수금액을 대폭 인상시킴으로써 소리바다의 서비스 가격을 배 이상 올릴 수밖에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월정액 4,000원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최초의 징수규정이 문화부에서 그대로 승인됐다면, 소리바다가 이처럼 무기력하게 대형 음악제작사들에게 끌려다녔을까? 추측이긴 하지만,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대형 음악제작사들과 상당한 수준의 밀고 당기기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상당한 시간 동안 버티면서 대형 음악제작사들을 역으로 압박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새로운 징수규정은 소리바다가 선택할 수 있는 협상 카드 대부분 앗아갔다. 

상상해보자. 가격을 배나 높게 지불하면서도 대형 음악제작사가 보유한 상당수의 히트곡, 예를 들어 원더걸스의 <텔미>와 같은 빅히트곡을 다운 받을 수 없는 음악서비스라면, 과연 어떤 소비자가 그것을 이용하려고 하겠는가. 게다가 이제는 모든 음악서비스에서 DRM-free 상품을 구할 수 있게 됐는데, 상당한 수의 곡을 구할 수 없는 음악서비스가 무슨 매력이 있겠는가.

'사적 자치의 원칙'을 외면했던 정부
근대 민법의 대원칙 중에 '사적 자치의 원칙'(principle of private autonomy)이란 것이 있다. 이 원칙은 '사법(私法)상의 법률관계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자기 책임 하에서 규율하고, 국가는 이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 원칙에도 예외는 있다. 사적인 자치 행위가 '공공의 질서와 선량한 풍속에 반할 경우'에는 국가의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부가 징수규정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장면들이 과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정도로 공공의 질서와 선량한 풍속을 위협하는 것들이었을까? 이해 당사자인 권리자와 사업자가 원만하게 합의했고, 또 두 차례에 걸친 관련 전문가의 심의까지 마친 최초의 징수규정안이 그토록 불온한 것이었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문화부는 '사적 자치의 원칙'을 외면하면서까지 특정 사업자, 특히 대기업에게 유리한 새로운 징수규정안을 주도적으로 마련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P2P 음악서비스 관련 징수규정 개정안 심의 과정>

ㅇ 최초 심의 경과
 ① 징수규정안 관련 문화관광부장관이 저작권위원회에 심의요청(2007. 4. 13)
 ② 저작권위 중심으로 의견조회 및 자료제출 요청(2007. 4. 15~5.25)
 ③ 저작권위 1분과위원회 개최 및 승인 결정(2007. 6. 5)
 ④ 저작권위 1분과위원회 심의결과에 대한 추가심의 결정(2007. 6. 18)
     디지털음악발전협의회 중심으로 심의안에 대해 반발
 ⑤ 디지털음악발전협의회 명의의 의견서 제출(2007. 6. 19)
 ⑥ 추가심의를 위한 의견청취(2007. 7. 5)
 ⑦ 추가심의를 위한 의견서 제출(2007. 6. 18~8. 23)-디발협 2소리바다 2
 ⑧추가심의 및 원안대로 승인 결정(2007. 9. 7)
    ※ 심의위원 13명 중 12명의 찬성으로 원안 통과
 ⑨ 심의결과 문화부 통보(2007. 9. 10)

문화관광부 승인보류 경과
 ① 한국음악저작권협회문화부에 승인보류 신청(2007. 10. 11)
 ② 한국음원제작자협회문화부에 승인보류 신청(2007. 10. 12)
 ③ 한국음악저작권협회승인보류 신청안 철회 공문 문화부에 발송(2007. 12월초)
    ※그러나 문화부가 받아들이지 않음

ㅇ 최종 개정안 승인 경과
 ① 징수규정 개정안 의견수렴 공고(2008. 1. 7)
 ② 저작권위 1차 의견청취(2008. 1. 15)
 ③ 의견접수(2008. 1. 21)
 ④ 저작권위 2차 의견청취(2008. 2. 1)
 ⑤ 저작권위 1분과위원회 심의(2008. 2. 15)
 ⑥ 심의결과 문화부 통보(2008. 2. 18)
 ⑦ 문화부 주도로 신탁3단체와 개정안 내용 직접 조율(2008. 2. 18~2. 28)
 ⑧ 사용자징수규정 개정안 문화부 승인(2008. 2. 28)

(다음은 'DRM은 음악시장을 발전시켰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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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괴나리봇짐 괴나리봇짐
2010.02.07 07:37 소리바다이야기
[소리바다이야기⑨] 3차 분쟁-프레임 싸움으로 승리한 서울음반

소리바다의 마지막 분쟁은 해를 넘겨 서울고등법원으로 넘어갔다. 1심에서는 소리바다가 승소했지만, 상대편은 다름 아닌 서울음반을 앞세운 SK텔레콤이이었다. 2심의 결과가 있기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상대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이들의 움직임은 과연 치밀하고도 치열했다. 

이들의 활동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알야두어야 할 조직이 하나 있다. 바로 '디발협'이라고 불리는 '디지털음악산업발전협의회'다. 이 조직은 2006년 8월 23일 소리바다가 1심에서 승소한 직후인 2006년 10월에(혹자는 9월로 기억하기도 한다) 만들어졌다. 여기에는 서울음반을 비롯해 2006년 7월에 소리바다의 유료화정책을 비난했던 기업 13개 회사가 대부분 참여했다. 이후에는 세력을 더 키워 15개 회사까지 늘어났고, 2008년 12월에는 '음악콘텐츠산업협회'라는 이름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정식 사단법인체가 된다.

이 조직이 탄생하게 된 최초의 배경은 역설적이게도 2005년 5월경에 만들어진 '이동통신사와의 요율 협상을 위한 음악제작사 TF팀'이었다. 여기에는 서울음반을 비롯해 SM엔터테인먼트, 도레미미디어, 그리고 직배사 등 다수가 참여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서울음반이 SK텔레콤에 인수되면서 이 팀의 활동은 유야무야된다.

그러나 이 모임을 측면 지원하던 정부 프로그램이 있어서 네트워크는 끊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음악산업팀의 '음악산업포럼 사업'이 바로 그 프로그램인데, 이 사업을 통해 소위 메이저 음반제작사 및 유통사들이 지속적인 만남을 이어갈 수 있었고, 이동통신사의 요율 문제를 비롯해 소리바다 이슈 등이 의제로 상정되곤 했다. 

그러다가 2006년 7월에 '소리바다 유료화 비난 성명'과 2006년 8월 '소리바다의 1심 승소'를 계기로 구체적인 조직의 모습을 띄게 된다. 그리고 당시 식물 단체나 다름이 없었던 한국음악산업협회를 대신해 음반업계를 대변하는 조직으로 대외적인 입지를 굳혀갔다. 그러나 당시 디발협은 엄밀히 말해 '임의 단체'에 불과했다. 법인체도 아니었고, 별도의 사무실도 없었으며, 디발협 명의의 직원도 없었다. 다만 보름에 한 번 정도 회원사 회의실을 돌며 실무자 사이에 모임을 가지는 게 전부였다. 실제로는 매우 '느슨한' 조직이었던 것이다.

SK텔레콤을 충실히 대변했던 디발협
그렇지만 디발협이 대외적으로는 매우 기민하게 움직였다. 특히 소리바다와 관련된 소송에서는 대응논리를 만들어내고, 성명서를 발표하고, 언론플레이를 하는 등 씽크탱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물론  이러한 일련의 활동을 주도한 건 디발협 내에 포진한 'SK텔레콤 계열 또는 관계사들'이었다. 양대표는 당시 디발협의 활동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소리바다와 디발협 멤버들간에 치열한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비쳐졌습니다만, 사실은 달랐습니다. 당시 디발협에 소속된 기업들 중 상당수가 소리바다와 계약이 된 상태였고, 직배사들도 본계약은 안 됐지만 MOU를 통해 음원서비스는 허용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디발협의 성명서와 언론 인터뷰 내용을 보고 나중에 확인해보니 대부분의 경우 서울음반 등 친 SKT 회사들이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당시 멜론이 갖는 위치가 워낙 컸기 때문에 이들 기업의 독주를 견제하기가 쉽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양대표의 말대로 소리바다와 디발협이 한창 각을 세울 즈음 실제로 소리바다와 계약을 맺고 있던 회원사들은 도레미미디어, 블로코드테크놀로지, 아인스디지탈, 다이렉트미디어, 엠아이컨텐츠홀딩스, 유니버셜뮤직, 포니캐년코리아 등 7개에 달했다. 그리고 EMI뮤직코리아, 워너뮤직코리아, 소니BMG 등은 계약만 미루고 있을 뿐 실제로 음원서비스는 허용하고 있었다. 당시 소리바다와 계약을 거부하고 있던 곳은 서울음반과 킹핀엔터테인먼트, 엠넷미디어, 예전미디어 등 4개사에 불과했다.

'소리바다1'에 대한 대법원 판결 파장
디발협은 해를 넘긴 2007년 1월 25일에 빅뉴스 하나를 접하고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바로 대법원이 '소리바다1'에 대한 음반복제금지 가처분 관련 이의신청 상고심에서 기각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 판결이 나온지 며칠 뒤에 디발협은 성명서를 통해 '소리바다5'도 '소리바다1'과 다르지 않다며 공격적인 언론플레이를 펼쳤다. 당시 디발협 회원사의 좌장격인 서울음반은 '소리바다5'와 관련한 음반복제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가 1심에서 패소했고, 고등법원에 항소한 상태였다. 성명서 관련 보도기사의 일부를 발췌해본다.

국내 주요 대형 음반및 배급사들이 소리바다에 대해 파상적인 공격에 나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디지털음악산업발전협의체는 5 “서울음반유니버설뮤직워너뮤직코리아  국내 대표적인 음반사들이 소속된 디지털음악산업발전협의체는 지난달 25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향후 보다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디발협은 지난달 25 대법원 결정이 현재 서비스 되고 있는 소리바다5와는 무관 하다는 소리바다 주장에 대해 “이는 대법원의 결정문과  취지를 살피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에 근거한 여론 몰이라면서 “소리바다의 저작권침해 방조 책임이 명확해졌고 현재 소리바다5 유료 전환을 했을  소극적 필터링을 통해 여전히 상당 부분 저작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다 설명했다.

또한 디발협은 “소리바다가 적극적인 저작권보호 기술 적용을 미루고 있는 만큼 향후 소송에 대해서도 반드시 이기게  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법적 대응 수위를 한층 높여 지난 7 여의 소리바다의 디지털 음악 시장 교란 행위를 반드시 중단 시키겠다 의지를 밝혔다(2007년 2월 5일 파이낸셜뉴스).

뜬금없는 신조어 '적극적 필터링'
이때를 기점으로 디발협측은 '소극적 필터링'이란 용어를 새롭게 만들어냈다. 그들의 정의에 따르면, 소극적 필터링이란 '데이터베이스에 이용허락을 받지 않은 음원 정보를 저장했다가 사용자들이 이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곡을 요청할 때는 다운로드를 불허하는 방식'을, 적극적 필터링이란 '데이터베이스에 이용허락을 받은 음원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가 사용자가 여기에 부합하는 음악파일을 요청할 때만 다운로드를 허용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 필터링이란 것이 본래 '전체는 그대로 두고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부를 걸러내는 행위'을 가리키는데, 후자(적극적 필터링)는 걸러내는 방식이 아니라 애초에 '허락된 일부만 제외하고 나머지를 모두 차단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필터링이라고 볼 수 없다.

"디발협 측에서 내건 적극적 필터링이란 말은 문법적으로 비문(非文)입니다. 그들이 언급한 적극적 필터링이란 권리자와 계약된 것만 유통하는 '등록제 방식'과 하나도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상에는 저작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권리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것들도 많고, 또 원작자가 권리를 풀어 아무나 쓸 수 있게 해놓은 저작물도 있습니다. P2P의 장점은 계약된 저작물 외에도 이런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인터넷문화가 활력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적극적 필터링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개념을 P2P에 적용하라는 건 P2P를 그만 두고 멜론과 같은 서비스를 하라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서울음반 등이 내놓은 '적극적, 소극적 필터링' 논쟁은 일종의 프레임 싸움이었다. 본래 소송의 본질은 '소리바다가 현존하는 저작권보호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저작권 보호에 힘을 쓰고 있느냐'이고, 1심에서는 그 부분을 인정 받아 저작권법상의 면책 조항을 적용한 것이었다. 

그런데 서울음반 등은 이 새로운 프레임을 내놓으며 소리바다가 '적극적 필터링을 선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혹은 악의적으로 소극적 필터링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퍼트리기 시작했다. 적극적 필터링을 적용하면 훨씬 더 안정적으로 저작권보호를 할 수 있는데, 그 대안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착한 P2P의 등장(?)
게다가 2006년 중반에는 느닷없이 '착한 P2P'라는 게 등장한다. 소리바다와 냅스터는 저작권보호에 소극적이니 '나쁜 P2P'이고, 저작권보호를 적극적으로 적용한 모델은 '착한 P2P'라는 이분법이었다. 이 용어를 만든 주인공은 당시 고려대 학내 벤처기업 'MW스토리'의 공동대표이자 수학과 4학년에 재학중이던 강한씨와 류대걸씨였다. 이들은 2006년 3월에 냐온(www.nya-on.com)이라는 P2P서비스를 오픈했는데, 이 서비스에 저작권보호기능을 갖췄다며 스스로를 '착한 P2P'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P2P에 적용한 핵심 기술은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공유하기 전에 저작권자의 표식이 들어간 전자태그를 파일에 삽입하는 것이었다. 전자태그가 삽입되지 않은 파일은 냐온 P2P상에서 아예 유통이 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이들의 존재는 이후 법정에서 소리바다에게 매우 불리한 증거로 채택이 됐다. 이들 서비스가 상용화되면서 졸지에 소리바다는 '나쁜 P2P'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방식 대로라면, 사람들은 굳이 P2P 서비스를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 권리자와 계약된 음원 혹은 동영상 파일만 다운 받을 수 있다면, 그런 서비스는 이미 P2P가 아닌 수많은 웹서비스를 통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때 '착한 P2P'로 세간에 회자됐던 '냐온'은 2007년 1월에 SK텔레콤이 투자한 음원유통을 대행하던 킹핀엔터테인먼트와 최초이자 최후의 음원공급계약을 맺은 뒤로는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소위 착한 P2P였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제작사들이 외면한 이유는 그들이 적용한 저작권보호기술이란 것이 사용자들에게는 전혀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저작권보호센터의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되다
또 하나의 변수는 저작권보호센터였다. 저작권보호센터는 문화관광부 산하 저작권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센터로 주로 저작권위반 사례를 적발하고, 이를 고소 또는 고발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조직에서 정기적으로 저작권 위반 사례조사를 조사해 발표했는데, 당시에는 P2P와 웹하드 업체의 저작권보호 실태를 모니터링하여 수시로 발표하고 있었다.

조사방법은 이랬다. 먼저 저작권 단체들로부터 저작권 보호 요청을 한 파일 리스트를 넘겨 받고, 이를 토대로 불시에 다운로드하여 각 서비스사업자 별로 불법 다운로드가 얼마나 일어나고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 조사 대상에 소리바다가 포함된 것이다. 당시 모니터링을 주관한 단체는 저작권 관련 단체들의 연합체인 '사단법인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였다.

"소리바다가 불법 다운로드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됐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였습니다. 모니터링이 있기 훨씬 전에 우리는 이미 음악 관련 저작권 신탁 3단체와 합의를 마친 상황이었습니다.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의 음악제작사들과도 계약을 마친 상황이었구요. 그런데 불법 다운로드를 단속하는 명단에 포함된 것이죠. 추측하기로는 우리와 소송을 벌이고 있던 몇몇 대형 음악제작사의 로비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소리바다와 음제협이 합의를 이룬 직후 온라인음악시장에서는 P2P 서비스의 유료화 및 합법화 여부가 중요한 이슈로 부상했다. 이에 저작권 3단체는 2006년 5월에 P2P유료화를 위한 권리자 단체의 기술적 가이드라인을 필터링율 98%로 발표했다. 다시 말해 P2P서비스의 필터링율이 98%를 넘을 경우에는 저작권보호를 충분히 한 것으로 인정하고 합법적인 서비스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었다.

앞서도 밝혔지만 소리바다는 그때 한국전자통신진흥원(ETRI)으로부터 필터링 기술을 이전 받아 활용하고 있었고, 그밖에도 '디지털 워터마크 제도'와 '그린파일 제도' 등을 통해 기술적 한계를 보완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기 한 달 여 전인 2006년 4월에 소리바다의 필터링 기술은 ETRI에서 실시한 테스트에서 필터링율 98%를 통과한 것으로 인정 받았고, 그 결과가 저작권단체들에도 공식적으로 전달됐다. 사실 저작권단체들이 제시한 필터링율 98%는 소리바다의 ETRI 테스트를 토대로 설정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하튼 소리바다는 서울음반이 제기한 가처분신청 항소심을 앞두고 저작권보호센터의 모니터링을 받아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게다가 판결이 '소리바다가 적용한 필터링 기술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었기 때문에 저작권보호센터가 발표하는 자료는 법정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로 채택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버렸다. 2007년 2월에 처음 실시한 모니터링 결과에서 소리바다의 필터링율은 18%, 3월에 실시한 모니터링 결과에서는 19.8%를 기록했다. 목표치인 98%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숫자였다. 그러나 이 두 번의 모니터링은 저작권보호센터 차원에서 진행된 일종의 워밍업이었다. 문화관광부가 주도한 공식적인 모니터링은 같은 해 8월과 10월에 있었고, 여기에서도 소리바다의 필터링율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1차 모니터링 결과에서는 68%로 나왔고, 2차에서는 80%가 나온 것이다.

소리바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였다. ETRI 테스트를 통과한 기술이었고, 디지털 워터마크에 그린파일 제도까지 2중, 3중으로 보호막을 쳤는데 98%는 물론 90% 근처에도 가지 못한 것이었다.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모니터링 결과는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저희도 내부에 자체적으로 저작권보호센터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필터링율을 조사했고, 항상 98% 이상을 유지하고 있었거든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데이터였습니다."

소리바다는 1, 2차 모두 발표 즉시 근거 자료를 요구했다. 모니터링은 어떤 방법으로 진행됐는지, 테스트에는 어떤 곡들이 사용됐는지, 필터링율은 어떻게 산출한 것인지를 밝혀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문화부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이번 모니터링은 행정처분을 수반하지 않기 때문에 증빙자료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는 사이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소리바다의 '결정적' 패소
2007년 10월 10일. 소리바다 사무실은 텅텅 비어 있었다. 전 직원이 1박 2일 일정으로 워크숍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날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소리바다에게 치명타를 안겨줄 판결문을 내놓았다. 2006년 8월 서울지방법원에서 소리바다가 한 번 승리한 적이 있는 서울음반 등의 '음반복제금지 가처분 신청'을 뒤집어 '인용'한 것이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소리바다에 ▷서울음반 등이 제시한 음원 공유 금지 ▷'소리바다5' 서비스 중단 ▷ 간접강제(1일당 1,200만원) 등을 명령했다. 여기서 간접 강제란 '소리바다5' 서비스를 조속히 중단시키기 위해 예정일에 중단하지 않을 경우 매일 1,200만원의 과태료를 지불토록 한 조치를 가리킨다.

소리바다도 이 판결이 갖는 중대한 의미를 이해하고 있었다. 소리바다 P2P와 관련한 '마지막 소송'과 다름 없었기 때문에 판결 결과가 갖는 의미 또한 결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판결문을 접한 뒤 소리바다의 대응은 굉장히 비장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먼저 당시 판결문에 대한 소리바다의 성명서를 살펴보자.

소리바다는 현행 저작권법에 근거하여 합법적인 유료 P2P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소리바다5 서비스는 현 저작권법에 근거하여 저작권 보호 요청이 들어오는 음원들에 대해 ETRI에서 개발한 국내 최고의 음악인식기술을 이용하여 저작권 보호를 하고 있습니다. 소리바다와 분쟁 중인 서울음반 및 30여개 제작사의 음원에 대해서도 당연히 이러한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이는 실제로 소리바다5 서비스를 사용해보시면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소리바다의 적극적인 저작권 보호 노력을 인정 받아 지방법원에서의 1심 판결은 승소하였으나, 이를 뒤집고 소리바다에 저작권 침해 방조 책임이 있다는 고등법원의 이번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소리바다의 경우 현재 1,500개 이상의 권리자와 합법적인 음원공급계약을 체결하여 70만 사용자에게 유료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저작권보호 조치가 이미 취해지고 있는 30여개 권리자의 음원을 더더욱 보호하고자 서비스 전체를 중지하라는 판결이 과연 저작권 보호를 위한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이번 가처분 신청은 SKT의 자회사인 서울음반 및 30여 개 기획사가 소송을 하였고, 현재 소리바다는 SKT의 멜론과 유료 음악서비스로서 1,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항상 언론보도를 통해 소리바다의 서비스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는 디지털음악산업발전협의회(디발협) 역시 소리바다와 첨예하게 경쟁하고 있는 SKT의 관계사가 주도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소송의 증거자료로 제시된 필터링 테스트 결과물에 대한 내용을 문화부에 정식으로 요청하였으나, '1차 모니터링 결과통보는 과태료 처분 등 구체적인 처분을 수반하지 않아 행정청이 증빙자료를 제공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라며 공개를 거부하였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아무런 증빙자료가 없는 테스트 결과물이 공개 문서로 분류되고, SKT 자회사인 서울음반 및 30여개 제작사를 통해 이번 판결에서 결정적인 소송 자료로 사용되었다는 점입니다.

소리바다는 분명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서비스는 계속될 것이고, 더욱 진화할 것입니다. 권리자와의 상생을 위해 변화하고,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2007년 10월 18일

소리바다 대표이사 양정환

성명서에도 나와 있듯이 당시 고등법원이 지방법원의 판결을 뒤집은 결정적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필터링율'이었다. 문화부와 저작권단체가 합의한 P2P 필터링율의 가이드라인은 98%였는데, 소리바다를 대상으로 진행된 여러 번의 필터링 테스트에서 그 기준을 충족시킬 만한 결과가 나온 적이 한 번도 없었고, 따라서 소리바다가 채택한 필터링 기술은 저작권을 보호하기에는 매우 부족한 기술로 받아들여졌다.

서울고법 패소 직후 소리바다 홈페이지에서 진행된 응원 캠페인 

적극적, 소극적 필터링 개념을 채택한 재판부
두 번째는 법원이 '적극적, 소극적 필터링'이란 개념을 채택한 것이었다. 법원의 논조대로 표현하자면, 저작권보호를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는 적극적 필티렁 기술이 존재하는데도 소리바다는 '소극적 필터링'을 채택해 저작권보호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한 법원 판결문의 일부를 인용해본다. 

소극적 필터링 방식과 적극적 필터링 방식은 모두 음원의 특징을 추출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한 후 이용자가 다운로드를 요청할 경우 해당 음원 파일에 대한 필터링을 한다는 점에서 기술적인 차이가 없으며, 단지 양 방법은 이러한 공통된 기술을 어떠한 정책에 따라 적용할 것인지에 차이점이 있을 뿐이므로, 소극적 필터링 방식의 구현기술이 있다면 적극적 필터링 방식을 구현함에 있어 기술적으로는 어려운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한다.

여기서 법원이 '적극적 필터링 방식'을 구현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판단한 근거는 이른바 '착한 P2P'로 알려진 '냐온(www.nya-on.com)'이 적극적 필터링 방식을 차용해 정상적으로 서비스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냐온'을 정상적인 서비스로 인정한 근거는 그해 1월에 있었던 '킹핀엔터테인먼트'와의 유일한 음원공급계약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킹핀엔터테인먼트는 다름 아닌 SK텔레콤이 투자한 음원을 주로 유통해주던 대행사였다.

왜 킹핀엔터테인먼트 외에는 착한 P2P와 계약한 음악제작사가 없었을까? 그 어떤 음악제작사들도 착한 P2P와 계약하지 않았는데, 왜 킹핀엔터테인먼트는 그들과 계약을 맺었을까?

이제 그 말 많았던 문화부의 필터링율 문제를 짚어보자. 앞서 밝혔듯이 재판에 결정적인 증거자료로 채택될 수 있는 문화부의 공식적인 필터링율 조사는 처음부터 비공개로 진행됐다. 소리바다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결과치였기 때문에 강하게 문제제기를 했지만, 정부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행정처분을 수반하지 않기 때문에 증빙자료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다른 말로 해석한다면, "소리바다 입장에서는 필터링율 결과가 치명적으로 중요할지 모르지만, 문화부 입장에서는 필터링율 조사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할 목적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안하지만 알려줄 수가 없다" 쯤 되겠다.

유통이 허락된 음원으로 필터링율 조사?
그러나 판결이 나고 얼마 안 있어 필터링율 조사에 대한 다양한 의혹들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제기된 문제는 조사대상 샘플에 '합법 음원'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었다. 필터링율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먼저 P2P에서 유통돼서는 안 되는 음원의 목록을 정해야 하는데, 그 목록에 소리바다에서 유통해도 되는 합법적인 음원이 다수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이럴 경우 합법음원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는 100% 저작권보호가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가 되기 때문에 결과치가 왜곡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에 문화부에 수차례 공식적으로 자료 열람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문화부의 지시로 필터링율 조사를 진행한 저작권단체연합회는 조사 곡목 중에서 4개만 공개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 2개가 소리바다와 유통계약이 돼 있었던 겁니다. 당시 조사가 얼마나 날림으로 진행됐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 아닙니까?"

합법음원이 모니터링에 포함된 사실이 드러났던 '2차 모니터링 증거자료' 관련 공문

그뿐만이 아니었다. 문화부는 조사방법 또한 판결이 있고 한참 뒤인 11월 가까이 되어서야 밝혀졌다. 당시 문화부가 밝힌 필터링율 조사방법은 '(다운로드가 100% 불가능한 저작물 수 / 장르 분류별 조사대상 샘플 수) X 100' 이었다. 이를 구체적인 조사 방식으로 빗대어 설명하자면, 조사대상 음원을 100곡이라고 가정했을 때 다운로드 시도를 각각 100번씩 시도해서 한 번도 안 뚫린 음원의 갯수가 몇 개인지를 퍼센티지로 환산한 것이다.

사전 합의나 공지가 없었던 필터링 조사 방법
이러한 조사방법은 애초에 업계에서 생각하고 있던 필터링율 조사방법과는 크게 차이가 있었다. 저작권단체들이 98%로 합의할 당시의 필터링율이란 '저작권보호가 요청된 특정 음원을 다운 받기 위해 100회 시도했을 때 실제로 필터링이 된 횟수의 비율'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즉 조사대상 음원 100곡에 대해 각각 100번씩 다운로드를 시도하여 각각의 필터링율을 내고, 그것을 합친 전체 평균을 내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문화부는 당시 통념과는 크게 다른 방식으로 필터링율을 조사했으면서도 사전에 그 방식에 대한 어떠한 합의나 공지를 시도하지 않았다. 그리고 과태료를 부과할 때가 되어서야 뒤늦게 필터링율 조사 방식을 공개한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테스트를 하고 그 결과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사전에 반드시 그 기준과 방법에 대해 합의와 동의가 있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러나 문화부는 그런 절차를 깡그리 무시했습니다. 그 기준을 밝혀달라는 우리의 요구도 외면했습니다. 왜 문화부가 그렇게 했는지는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필터링율 계산 방법이 공식적으로 언급됐던 문화부 관련 공문(출처 : 아이뉴스24)

당시 필터링율 조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도 있다. 서울고등법원이 판결문에 인용한 필터링율은 문화부의 1차 모니터링 결과였는데, 거기에 소리바다는 68%로 나왔고, 소리바다보다 훨씬 불법 다운로드 받기가 쉽다고 알려졌던 모 회사는 99%라고 발표가 됐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나왔을까?

"필터링율 99%를 기록했던 회사의 P2P에서는 사용자들이 음악파일을 주로 집(zip)파일 형태로 주고 받았습니다. 문화부의 모니터링에서는 이런 점들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던 거죠. 이 점에 대해서는 당시 문화부의 저작권산업팀장도 인정을 했습니다. 조사 시점에 맞춰 그 회사에서는 MP3 확장자를 가진 파일의 유통을 아예 막았던 거라구요."

뒤집힌 판결이 앗아간 것들
하지만 소리바다는 그 허술했던 필터링율 조사 덕분에 서비스 중지를 명령하는 판결문을 받아 읽어야 했다. 비록 판결 결과에 불복해 이의제기를 신청하고, 대법원에 상고도 해봤지만, 판결이 가져온 엄청난 파급효과를 막아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한 마디로 '엎어진 물'이었던 것이다.

당시 소리바다의 주가는 그야말로 고공행진 중이었다. 2006년 11월에 코스닥 우회상장 이후 2007년 3월에 삼성전자와 모바일 음악서비스 개발과 관련한 MOU를 맺으면서 주가도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해 서울고법 판결이 있기 직전에는 주당 6,5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판결 직후 주가는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고, 삼성전자와의 협력사업도 수포로 돌아갔다. 

"삼성전자와는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삼성 측은 모바일 P2P 모델을 원했지만, 저는 아예 새로운 개념의 모바일 전용 음악서비스를 제안했고, 또 사업도 구체화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판결이 나고 모든 것이 없었던 걸로 돼버린 것이죠. 삼성전자와 일이 무산 되고 나서 얼마 안 있어 노키아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거의 흡사한 모바일 음악서비스인 'Comes with music'을 발표하더군요. 정말 아까웠습니다."

필터링 강화된 '소리바다6'으로 서비스 중단 위기 넘겨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 판결 결과 때문에 '소리바다1'과 '소리바다3'에서처럼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리바다는 그해 12월경에 필터링 기능을 더욱 강화한 '소리바다6'을 내놓았다. 이 모델은 지금도 소리바다의 P2P서비스로 운영되고 있다. 

판결이 있은 직후 소리바다는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추가적인 움직임을 보이기는 했지만, 소리바다 소송과 관련한 드라마는 여기서 막을 내렸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소리바다는 이듬해 더 이상의 소송을 진행하지 않고 서울음반 등과 음원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서로를 향해 진행하던 소송도 취하했다. 그러나 소리바다의 시장 지위가 다시 회복된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이 판결이 소리바다에게는 치명상이었던 것이다.

서울음반은 2006년 8월말 소리바다에 패한 뒤 판결을 뒤집기 위한 전략으로 '프레임(frame) 싸움'을 채택했다. 그리고 그 전략은 주효해서 재판에서 승리했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왜 중립을 지켜야 할 정부가 억지스럽고도 엉성하기 짝이 없는 필터링 테스트를 고집해 재판에 개입한 결과를 낳았을까 하는 점이다. 문화부는 과연 이런 결과를 의도했을까? 아니면 우연의 일치였을까?

(다음은 '정부는 과연 중립을 지켰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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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괴나리봇짐 괴나리봇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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