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수영 시작한지 딱 1년이 됐습니다. 그 전엔 수영이라고는 잠수(?)와 물 위에 드러눕기가 전부였던 저였습니다. 일명 개헤엄도 못쳤지요. 하지만 드러누울 줄 안다는 이유로 배영은 할 줄 안다고 강변하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턱도 없는 강짜였습니다만...
1년 전 이날 저는 조직을 떠나 독립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와 계획이 있었습니다만, 여기서 밝히기는 좀 곤란하여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어쨌든 많은 변화를 앞두고 있는 제게 아내는 뜬금없이 "수영이라도 배워보라"고 권했습니다. 돈 벌어 오라는 말 대신 수영을 배워보라... 참 신선했습니다.
예전에도 밝힌 적이 있습니다만, 전 운동을 잘하지는 못합니다만 꽤나 좋아하는 편이긴 합니다. 서른에 시작한 달리기 때문입니다. 사실 전 100미터 달리기도 그렇고 오래 달리기도 그렇고 운동에는 젬병에 속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늘어난 뱃살을 줄이기 위해서 시작한 달리기에 재미가 붙어서 그만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세 번이나 하게 됐습니다. 두 번은 총각 때 했고, 세 번째는 결혼한 그해 춘천마라톤에서 했습니다.
기록도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기록은 4시간 45분대였고, 두 번째는 4시간 30분대, 그리고 마지막 기록은 3시간 50분대로 '서브포(sub-4)'를 달성하기도 했지요. 아마추어 마라토너의 꿈이 서브쓰리입니다만, 저의 하드웨어와 잠재력을 두루 점검해봤을 때 거기까진 욕심내지 않기로 정리를 했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마라톤은 현재 끊은 거나 마찬가지랍니다. 아이들을 같이 돌보려면 주말에 특히 올인하다시피해야 하는데, 마라톤은 주로 주말에 서너 시간을 들여서 맹훈련하지 않으면 안 됐기 때문이죠. 굳이 욕심을 내자면 못할 것도 없었겠습니다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마라톤을 할 만큼 제가 달리기에 미쳐 있지는 않았기에 깔끔하게 달리기를 끊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이런 저를 아내가 배려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신혼여행 때 풀장에서 노닥거리며 "내가 좀 배우기만 하면 수영도 참 잘할 거라"고 떠벌리던 허풍을 기억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독립해서 일한다는 게 대부분은 계획대로 되지 않기에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규칙적인 그 무엇'이 필요하다고 여겼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아내의 권유 덕분에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고, 다행히 재미를 느낀 저는 지금은 거의 '중급'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설렁설렁 자유형을 하면 1킬로미터 정도는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됐고(25미터 레인 스무바퀴입니다), 배영, 평영, 접영도 흉내는 낼 정도가 됐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물에 빠져도 죽지는 않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법 용을 쓰면 한 두 사람 정도는 건져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이렇게 자신감이 붙다보니 슬슬 다른 생각이 생기기 시작하네요. 바로 '철인 3종 경기'입니다. 사실 마라톤을 한창 할 때 철인3종이 무척 하고 싶었는데, 수영에서 답이 안 나와 엄두를 내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수용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게 됐으니 다시 달리기 실력만 쌓으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물론 당장은 아니구요, 아이들이 좀 더 커야 되겠죠? 한 2년 정도 더 기다리면 제게도 시간이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제 나이도 어느덧 40대 중반이 되겠군요.
수영 배운지 1년...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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